<영화제작비 절감을 위해 태어난 공간이동장치>
공간이동이 고대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주었지만 근래 현대인들에게는 공전의 흥행에 성공한 「스타트랙」의 영향이다. 「스타트랙」은 SF영화이지만 현대 문명의 과학 기술 발전에 커다란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것으로 유명하다. 우선 존 휠러 박사가 ‘블랙홀’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명명하기 이전에 이미 동일한 개념의 ‘블랙스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또한 「스타트랙」의 승무원들이 교신할 때 사용하는 ‘커뮤니케이터’는 모토로라에서 최초로 개발한 휴대폰의 기반이 되었고, 음악을 LP나 CD 같은 물리적 저장매체가 아닌 파일 형태의 데이터로 듣는 방법도 MP3의 상용화보다 훨씬 이전에 「스타트랙」에서 선보였다. 그런데 「스타트랙」에서 다반사로 등장하는 공간이동장치의 아이디어는 놀랍게도 과학 기술적인 차원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영화 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고안된 장치이다.
「스타트랙」이 점점 인기를 끌면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행성에 착륙시키는 장면을 찍을 때 에피소드마다 엄청난 예산이 드는 것이 문제였다. 엔터프라이즈호가 우주 공간을 비행할 때는 부드럽게 미끌어져 날아갈 수 있지만 땅에 착륙하려면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일이 제기된다. 그러므로 제작자들은 감독인 진 로든베리에게 매번 우주선이 착륙하지 않아도 가능한 착륙 방법을 의뢰했다. 여기에서 진 로든베리의 천재성이 발휘된다. 그는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비롯한 소형 우주선들을 목적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트랜스포터 빔(운반광선)’을 고안했다.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모든 과학기술을 나름대로 설명해 놓은 『스타트랙 백과사전 The Star Trek Encyclopedia』을 보면 트랜스포터는 ‘인간이나 사물을 에너지로 전화하여 빔의 형태로 전송한 후 원래의 모습을 재현하는 장치’라고 되어 있다.
이를 보면 「스타트랙」의 공간이동 장치는 원래 구상은 본래의 물체를 주사(走査)하여 모든 정보를 추출한 뒤 이 정보를 수신 장소로 전송하여 복제물을 구성하는 것이다. 「스타트랙」에서 사람을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장치로 들어가게 한 후 스위치만 눌러주면 순식간에 그곳에서 사라져 전혀 다른 장소에서 모습을 나타난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우주탐사대원들이 낯선 외계행성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위험에 처하면 아무 때나 모선을 향하여 구조요청하기만 하면 된다.
“스팍 : 커크 선장님. 그곳은 위험지역입니다.”
“커크 : 알았다. (커크가 가슴에 손을 올리며) 스팍. 나를 올려줘(Beam me up)."
그야말로 공간이동이 이처럼 간단할 수 없다. 간단하게 빔을 사용하여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제공된다.
「스타트랙」 중 「넥스트제너레이션」 시리즈의 기술 매뉴얼에 의하면 우선 순간이동장치를 타겟을 향해 조준한 뒤 이동시키고자하는 목적물의 영상을 읽는다. 인간은 약 1028개의 원자로 되어 있으므로 이를 비물질화 시킨 후 그 형상을 패턴보관실에 잠시 저장해 두었다가 원형구속빔발사기를 통해 유동형 물질을 목적지로 발사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에 관한 정보를 저장한 후 인간을 원자들로 분해하여 초고속으로 전송한다. 그리고 나서 원래 몸을 이루고 있던 원자들에 관한 정보를 이용하여 다시 인간으로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현재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물질을 이루는 원자보다 물질에 관한 정보인 비트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도서관에서 여러 권의 책을 구입하여 신청자들에게 대여하는 것보다 책의 내용을 비트로 저장하면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읽도록 제공할 수 있다. 이 말은 책의 내용 즉 글이나 삽화만 비트로 저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처리 속도도 빠르므로 책을 이루고 있는 구성 물질의 원자들이란 별 의미가 없다. 온라인 서적이 바로 이를 의미한다.
문제는 사람은 생물체이므로 책과 같이 간단하게 비트로 저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사람의 몸에서 원자의 정보를 추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며 그 정보들을 재결합하여 원래의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을 이동시켜야 한다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걸림돌이 된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어떤 물질도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는데 문제는 속도가 빨라지면 질량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정지 상태에서 무게 50킬로그램인 물체가 광속의 90퍼센트로 움직이면 무게가 115킬로그램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에 정보는 빛의 속도로 전달할 수 있으므로 정보를 이동하는 쪽이 훨씬 수월하다. 정보만을 전송하는 경우라면 개개의 원자를 비트로 정보화하여 원하는 만큼의 복사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랙」의 과학자들이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으므로 「스타트랙」에서는 이동대상물의 물질과 정보를 모두 전송한다. 공간이동장치가 물질과 정보를 모두 보내는 것이라면 이동을 마친 후의 원자의 개수는 이동하기 전의 원자의 개수와 정확하게 같아야 한다는 점이다. 단 한 개의 원자가 틀리더라도 원래의 인간으로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동시키고자하는 물체를 구성하는 원자 또는 그 이하 수준의 단위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스타트랙」에서 종종 이 원리와 모순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넥스트제너레이션」 시리즈 ‘두번째 기회’에서 라이커 중위가 ‘널바라4호행성’에서 포템킨으로 순간이동하면서 두 사람으로 분리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중 하나는 포템킨으로 안전하게 도착하지만 분리된 또 한 명의 라이커 중위는 다시 널바라 4호행성으로 떨어져 그곳에서 홀로 8년의 세월을 보낸다. 만일 순간이동장치가 물질과 정보를 모두 보낸다면 이런 분리 현상은 일어날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동을 마친 후의 원자의 개수는 이동하기 전의 원자의 개수와 정확하게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랙」 시리즈가 공전의 흥행에 성공한 것은 공간이동 뿐만 아니라 타임머신 등 최신 과학 아이디어를 유효적절히 가미하여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는 재주를 보였기 때문이다. 「스타트랙」시리즈의 「비기닝」에서 보여주는 장면은 그야말로 놀랍다. 커크 선장이 벌칸의 행성에서 낙하산 없이 떨어지는데도 중력조절장치를 사용하여 공간이동시킨다. 공간 이동시키려면 움직여서는 안 되므로 중력조절장치로 정지 장면처럼 계산한다는 뜻인데 이것은 파울 클레의 ‘가장 순수한 우주적인 이동 형태는 중력의 제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설명과 같다. 한마디로 중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이것이 실현되면 골머리 아픈 대다수의 물리 문제는 해결된다고 불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엔터프라이즈호가 초광속으로 달리고 있는데도 공간이동으로 커크 선장이 이동시킨다는 점이다. 원리도 나온다. 트랜스워프이론이라고 한다.
워프이론이란 엔터플라이즈가 초광속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초광속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트랜스워프란 초광속 이동 중에도 공간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접목시킨 것이다. 공간을 움직이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여하튼 엔터프라이즈호가 초광속 효과 속으로 달리는 것은 엔터프라이즈호 자체는 정지하고 있지만 공간 자체가 초광속으로 움직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스타트랙」에서는 천재과학자가 이를 성공시키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도출한 사람은 진 로든베리 감독이다.
참고적으로 「스타트랙」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가이다. 승무원은 대체로 100여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놀라지 말기 바란다. 화면으로는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지만 엔터프라이즈호의 길이는 무려 500킬로미터가 된다. 이와 같이 우주선이 거대한 이유도 로든베리 감독 때문이다. 그는 과학성이 보장된 우주선을 요청했는데 한마디로 우주선에서 승무원들이 지구와 같이 걸어다닐 수 있는 우주선이 되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우주 공간에서 우주 전쟁을 다반사로 치루는 승무원들이 무중력 때문에 둥둥 떠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중력의 문제를 빠른 가속기를 회전시켜 지구와 같은 중력을 우주선 안에서 만들어 해결한다. 그러기 위해서 엔터프라이즈호의 길이가 무려 500킬로미터나 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엔터프라이즈호에는 로봇이 없다는 점이다. 로봇이 있더라도 화면에는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이해될 수 있지만 이 역시 로든베리 감독의 입김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로봇을 사용하면 인간이 게을러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로봇의 사용을 제외했다고 한다. 물론 500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크기의 우주선을 승무원 100명 정도로 유지 관리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여하튼 엔터프라이즈호는 지금도 잘 날라 다니고 있다고 한다.
「스타트랙」이 얼마나 많은 인기를 끌었는지는 미국 최초의 우주왕복선이 만들어졌을 때 워싱톤으로 40만 통에 가까운 편지가 날아들었다. 편지 내용의 대부분은 우주 왕복선의 이름으로 ‘엔터프라이즈’를 추천했다.
SF에 획기적인 발전을 제기한 진 로든베리가 1991년에 사망하자 그의 과학계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여 NASA(미항공우주국)에서는 그의 유해를 지구 밖으로 가져가 우주로 발사했다. 문제는 「스타트랙」을 화려하고 환상적으로 만드는 이런 이론들이 실제로 태어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비정하지만 과학적인 잣대를 댄다면 택도 없는 아이디어가 된다.
참고문헌 :
「대우주의 로망 스페이스 오페라」, 박상준, 팝툰, 2007.9월호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116324&cid=42621&categoryId=50862
『시네마 사이언스』, 정재승, 아카데미서적, 1998
『불가능한 도약, 공간이동』, 데이비드 달링, 한승,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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