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영화 속의 뻥

영화 속의 뻥 : 스파이더맨(I)

Que sais 2020. 9. 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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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이 만든 거미인간>

 

스파이더맨시리즈는 만약 보통사람이 우연한 일로 슈퍼 파워를 얻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슈퍼영웅이 된 후에도 보통사람과 같은 개성을 지닌다면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라는 컨셉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슈퍼영웅들과는 달리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일상적인 고민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며, 지극히 인간적인 약점마저 지닌 불완전한인물이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갖게 되자 과거의 슈퍼영웅처럼 이타적인 목적에 쓰지 않고 보통 사람처럼 처신한다. 즉 자신의 능력을 돈과 명예를 위해 활용하기도 하는데 주인공인 피터 파커도 마찬가지이다.

 

스파이더맨1970년대와 1990년대에 두 차례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바 있으며 1980년대에는 왕거미라는 제목의 TV 영화로도 방영한 바 있어 오래전부터 한국 대중에게 익숙한 슈퍼히어로이다. 197080년대에 청소년 시절을 보낸 세대 중에는 지금도 스파이더맨을 왕거미라는 제목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2002년에 개봉한 스파이더맨이블데드시리즈로 잘 알려진 공포영화 감독 샘 레이미의 연출과 배우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와 월등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했지만 19628월에 첫 선을 보인 원작 스파이더맨의 설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작이 50여 년 전에 나온 작품임에도 탄탄한 줄거리와 흥미로운 소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피터 파커는 과학에는 소질이 있지만 다소 비실비실한 왕따 청소년으로 체격 좋은 운동선수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일수다. 그런데 콜럼비아 대학에 견학을 갔다가 우연히 유전자가 조작된 거미한테 물린다. 집으로 돌아온 피터는 정신이 혼미해져 방바닥에 쓰러지는데 그동안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DNA이중나선 구조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비춰지면서 슈퍼 거미의 능력을 물려 받는다고 설정된다.

피터에게 생긴 갑작스런 초능력은 그야말로 놀랍다. 거미한테 물린 뒤 손가락 끝에 거미의 털 같은 것이 돋아나 아무런 장비 없이 건물 벽을 맨손으로 기어 올라갈 수 있다. 자연계에서 거미는 실제로 다리 끝에 난 털들이 우둘 두둘한 표면에 무작위적으로 접촉하여 미끌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도록 한다. 이것을 벨크로 현상이라고 한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 속에서 여러 가지 도구들을 고정시키거나 옷소매, 가방 등에 붙어 접착포로 이용되는 벨크로 테이프가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또한 팔목에서 아주 강력한 거미줄을 뿜어내어 타잔처럼 거미줄을 타고 거대한 빌딩 숲을 날아가 악당을 잡거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청력도 우수해져 먼 곳에서 도움을 달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힘도 업그레이드되어 강철 파이프를 우그러뜨릴 수 있으며 과속 질주하는 차를 피할 수 있는 민첩성도 있다.

그런데 남다른 능력을 소유하게 된 파커가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슈퍼히어로로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짝 사랑하는 엠제이에게 보여줄 자동차를 사기 위해 프로레슬러로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도망치도록 방치한 강도가 부모 대신 자신을 길러준 벤 삼촌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피터 파커는 벤 삼촌의 말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절감하고 자신의 능력을 범죄를 방지하고 정의를 실현하는데 사용한다.

이러한 스파이더맨을 영화로 제작하려고 하자 문제가 생겼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만화를 영화로 제작하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원전인 만화가 마블코믹스사의 간판스타이기 때문에 실패를 전제로 제작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누구를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야 손해를 보지 않느냐가 관건이었다. 즉 스파이더맨으로 나오는 주인공이야말로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주목거리였다.

주인공 후보로 자천타천된 사람의 면면을 그야말로 화려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크루즈, 짐 캐리는 물론 배트맨과 로빈에서 로빈 역을 맡았던 크리스 오도넬도 물망에 올랐지만 놀랍게도 무명의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을 맡았다. 맥과이어는 촬영 5개월 전부터 요가, 격투기, 체조 등을 배우면서 영화에 필요한 액션들을 연습했다고 하는 것을 볼 때 선천적으로 무술에 능한 사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이 되었으니 행운을 잡는 사람은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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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이 만든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이 초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일반 초능력자들과는 다소 다른 컨셉을 견지한 것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흥행에 성공하자 스파이더맨(2)에서 핵융합에 성공하는 옥토 박사가 변모된 옥터퍼스가 악당으로 등장하고 이어서 스파이더맨(3)은 영화 역사상 3억 달러나 되는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로 탄생했다.

 

옥토퍼스

그런데 스파이더맨(3)은 기존의 블랙버스터와는 달리 3명의 악당을 등장시킨다. 일반적으로 악당이 여러 명일 경우 시나리오가 산만해진다는 평이 있으므로 스파이더맨(3)과 같이 3명의 악당을 등장시키는 것은 할리우드 역사를 통틀어도 매우 희귀한 예에 들어간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일수록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면 오류인 장면이 많은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마디로 스파이더맨은 오류 백과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소 헷갈리지만 오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오히려 오류가 큰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스파이더맨의 기본 틀은 거미에 물려 거미의 능력을 전해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과학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단 한 번 거미에게 물렸다고 해서 슈퍼 능력을 갖는 스파이더맨이 되었다는 주장에 납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거미에게 물린다고 거미의 DNA가 몸 속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영화에서는 거미의 DNA 이중구조 중 한쪽 가닥의 거미의 DNA가 파커의 DNA에 삽입된다. DNA가 이중나선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맞지만 거미의 한 가닥 DNA가 인간의 DNA와 결합되어 피터 파커의 초능력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스파이더맨의 근원적인 오류를 지적하자 2002년 등장한 스파이더맨은 뉴버전으로 무장되었다. 주인공을 무는 거미가 일반 거미가 아니라 재조합DNA 기술로 만들어진 슈퍼스파이더라는 것이다. 재조합 DNA 기술이 1973년에 항생제를 생산하는 미생물에서 항생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처음 개발된 것으로 방사선, 자외선, 화학물질 등을 이용하여 미생물의 DNA에 무작위적 돌연변이를 유발시켜 그 중에서 생산성이 높은 미생물을 선별해 낸다. 따라서 2000년대의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슈퍼스파이더는 과학자들에 의해 유전적으로 면밀히 디자인되고 최첨단 재조합 DNA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탄생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파커가 입고 있는 옷도 만만치 않은 문제점을 보여준다. 파커가 거미한테 물린 후 빌딩을 마음껏 기어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손가락 끝에 거미의 털 같은 것이 돋아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터 파커가 직접 디자인한 옷은 손과 발 부분을 온통 감싸고 있다. 손과 발에 난 털이 옷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데도 건물을 기어오른다는 것은 오류 중 오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손과 발 부분만 내 놓으면 폼이 좀 안 나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여하튼 스파이더맨이 만든 옷을 입고는 빌딩을 기어오르지 못할 것임은 틀림없다.

스파이더맨에서 가장 큰 오류는 파커가 손목에서 거미줄을 발사하여 건물에 부착시키자마자 거미줄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장면이다. 즉 거미줄이 발사된 후 굳어야 하는데 굳는 데 드는 시간은 거미줄의 부피에 비례한다. 부피가 크면 클수록 굳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지름을 철사줄보다 다소 큰 3mm로 하고 거미가 사용하는 거미줄의 지름을 0.001mm라고 하자. 영화에서 보면 스파이더맨이 악당을 잡을 때 보통 100미터 정도의 거미줄을 10번 정도 벽에다 발사한다. 이 계산에 의하면 거미의 거미줄 대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부피비는 9,000만 배 정도 차이가 난다.

거미가 사용하는 거미줄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즉시 굳어진다는데 사람이 눈을 한 번 깜박이는데 드는 찰나 시간인 0.025초에 굳는다고 가정하면 스파이더맨이 사용하는 3mm 두께의 거미줄은 굳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625시간이 나온다. 피터 파커가 악당을 잡으러 가면서 거미줄을 발사한 후 폼나게 빌딩을 뛰어 날아다내려면 최소한 625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발사하고 고층건물을 날라 다닐 수 없을 뿐 아니라 굳을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단 한 명의 악당도 잡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오류로 스파이더맨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활동에 동분서주하는데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파커의 활동무대가 뉴욕 시를 중심으로 하므로 파커가 하루 7킬로미터 정도를 거미줄로 이동한다고 하면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름이 3인 거미줄을 100쏜다고 가정하면 총 부피는 7.065가 된다. 45도 각도로 거미줄을 쏘아 이동한다면 140를 쏘아 100를 나가며 하루 7를 가려면 10의 거미줄을 쏘아야 한다. 거미줄 10무게는 1,000, 여기에 다소 억지이지만 거미줄이 철보다 강하다고 인정하므로 거미줄의 밀도를 철의 밀도로 생각하여 8g/로 계산한다면 8정도를 거미줄로 방출해야 한다.

이뿐이 아니다. 거미줄은 단백질이 주성분이므로 매일 이 정도의 단백질을 소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에 먹어야 하는 쇠고기가 대략 50kg, 20만원 상당의 한우 실속세트 3.614세트를 먹어야 하는 양이다. 하루에 쇠고기로 결제할 금액만 280만 원이다. 미국인 경우 소고기값이 한국보다는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가난뱅이인 파커가 매일 이 정도를 먹을 수 없는 일이다.

정의의 용사로 거듭 활약하기 위해서 최소한 쇠고기를 먹는 비용을 아끼려면 스파이더맨은 자신이 쏜 거미줄을 걷어 먹어야 한다. 실제 거미는 그렇게 하지만 파커가 그렇게 했다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파커가 발사한 거미줄을 먹지 않는다면 이를 수거하여 폐기처리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공공건물 훼손죄로도 충분히 입건될 수 있는 일인데 여하튼 그가 발사하고 폐기한 거미줄을 치우는 사람의 고생이 보통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고층 건물에 덕지덕지 방치된 거미줄을 제거하기 위해 스파이더맨이 지나갔던 자리를 졸졸 따라다녀야 하는데 뉴욕시가 워낙 부자라서 그렇지 일반 도시라면 거미줄 치우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칠 것이다.

 

영화와 원작 만화는 다소 다르다. 영화 속 스파이더맨은 거미에게 물린 후 손목에서 거미줄 쏘는 능력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화에서는 피터 파커가 발명한 거미줄 발사기를 팔목에 달고 다닌다. 거미줄 발사기를 갖고 다닌다면 다소 과학적인 설명이 되지만 영화에서 이런 아이디어가 청중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영화에서 하도 멋있는 모습으로 파커가 하늘을 날라 다니는데 거미줄이 정말로 파커를 매달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과학은 O.K.라는 신호를 보낸다. 거미줄의 굵기를 0.001mm 정도로 할 때 거미줄의 주요 성분은 단백질 등 천연 성분인데도 놀랍게도 거미줄이 끊어질 때까지 견딜 수 있는 무게는 무려 80킬로그램이나 된다. 일반적으로 같은 굵기일 경우 거미줄이 강철보다 약 10배 쯤 더 강하다. 철사줄 정도의 두께로도 피아노 한 대쯤은 가뿐하게 천정에다 매달 수 있다. 더구나 거미줄의 장점은 유연성이다. 쉽게 말해 여간해서 끊어지지 않는데 거미줄 한 가닥을 80,000미터까지 늘릴 수 있다고 알려진다.

 

참고문헌 :

[행복한 만화세상]만화, 영화에 시비걸다, 김준일, 경향신문, 2005.11.10

스파이더맨 비밀 무기는 ''? 엑스맨 탄생의 비밀은?, 최원택, 프레시안, 2012.05.11.

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를 걸다, 이재진, 푸른숲, 2004

영화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 박태현, 생각의나무,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