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래?(세계불가사의)/로마제국

로마 검투사의 자존심 : 글래디에이터(1)

Que sais 2020. 12. 18. 23:34

youtu.be/J3WTX-sQ_QY

1960년 출시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스파르타쿠는 영화사상 여러 가지 진기록을 갖고 있다. 주인공 스파르타쿠스 역으로 커크 더글러스, 크라수스 역으로 로런스 올리비에 경은 물론 진 시먼스, 찰스 로턴, 피터 유스티노프, 토니 커티스 등 초호화 멤버가 출연했다.

스파르타쿠스는 로마시대의 실존인물인데 영화에서 역사적 사실과 너무나 다른 내용으로 등장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1961년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노미네이트되어, 피터 유스티노프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의상, 미술, 촬영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2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6,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당대로서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고 흥행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보였다.

 

스파르타쿠스하워드 패스트 스파르타쿠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영화 자체는 대성공하였지만 제작은 할리우드 사상 가장 진흙탕이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후문이지만 커크 더글러스와 제작사인 <유니버설>사는 1959년 전세계적으로 대히트한 벤허와 같은 역사 대작을 원했다. 이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커크 다글라스는 자신을 벤허찰톤 헤스톤처럼 초월적인 영웅 캐릭터로 묘사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스탠리 큐브릭이 이를 거절하여 두 사람이 극도의 마찰을 빚는다.

커크 더글러스는 추후 큐브릭을 대놓고 미친놈이라고 욕했고 큐브릭도 이에 못지않게 자신을 영웅 캐릭터로 발광하듯이 뽐내달라던 미친놈이다라면서 공격했다. 심지어 커크 더글러스는 이 당시 '스탠리 큐브릭은 유능한 개새끼다'라는 폭언까지 했지만 일단 스탠리 큐브릭의 능력은 인정했다.

그런데 커크 다글라스의 평가는 사실로 나타난다. 꼼꼼하고 매사에 철저한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은 당대의 모든 과학적 지식과 고증을 거쳐 1968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연출했는데 이 영화는 SF영화 사상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여하튼 스파르타쿠스가 당대에 큰 화제를 받은 것은 미국에서 공산주의 퇴출의 매카시 선풍 와중에스파르타쿠스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산주의자로 매도되던 달톤 트럼보가 시나리오를 쓴 장본인이라 하여 더욱 화제를 불러 일으켰는데 이 영화가 오히려 미국과 소련이 벌리던 냉전의 종지부를 찍게 한 계기가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내에서 매카시즘이 극성을 부려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계속되었고 일부에서는 영화 관람 자체를 거부하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는데 케네디 대통령이 관람한 후 극찬하여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여러 가지 루머들을 불식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파르타쿠스에 대해서는 <로마제국의 자존심 : 스파르타쿠스> 장에서 별도로 설명한다.

 

죽음의 맹세

로마의 검투사라하면 현재도 이탈리아 로마에서 위형을 자랑하는 콜로세움에서 죽음을 담보로 결투한 비운의 사람들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사실 로마 시대에 건설된 수많은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들 간의 죽음의 결투, 동물들끼리의 잔혹한 싸움, 동물과 인간들의 싸움은 물론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살해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므로 로마의 역사에서 가장 고약한 로마의 유습이라고 알려진다.

이 사실 자체를 모두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각지에 건설된 원형 경기장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상당 부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로마의 검투는 다음 같은 말로 시작된다고 알려진다.

 

황제 만세! 죽음 앞에 선 우리들이 인사를 드립니다.’

 

엄숙한 맹세와 함께 출장하는 검투사는 열을 지어 경기 주재자의 좌석 앞을 통과하며 관중들은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박수를 친다. 검투사들끼리의 죽음의 결투가 시작되고 검투사가 넘어지면 관객은 죽여라또는 살려라하고 소리친다. 경기 주재자관중들의 뜻에 따라 엄지손가락을 움직인다. 엄지손가락이 밑으로 향하면 패자의 숨통을 끊으라는 신호이며 위로 향하면 패자를 살려주라는 신호인데 손가락 신호가 반대라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근래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로마 경기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살육이 벌어졌다고 설명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로마의 퇴폐성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으로 검투장을 설명하지만 실상은 상당부분 다르다는 것이다.

 

검투사 이름이 적힌 벽화

우선 로마 각지에서 벌어진 전형적인 검투는 현대의 스포츠 이벤트와 유사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흥행주들이 정해진 날에 검투가 열린다고 광고를 하는 것은 현대와 다름없다. 실제로 검투에 관한 광고는 로마인의 무덤에서도 보이며 검투를 홍보하기 위해 직접 행인들에게 전단지로 전해지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검투장의 이벤트는 대체로 3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볼거리로 현대판 서커스와 마찬가지이다. 광대들이 나와 관중들의 흥을 돋구며 동물들의 쇼도 등장한다. 여기에서 학자들은 동물의 등장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흥으로 동원되었다고 강조한다.

둘째는 죄수들을 공개처형하는 것이다. 죄수들의 공개처형은 국민들을 계도시키는 목적이 있으므로 단골 행사였다. 이때에 말뚝에 묶여 있는 사형수들을 공개적으로 처형했으며 후대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경기장에서 살해되었다고 알려진다.

마지막으로 검투가 벌어진다. 검투에 참가하는 검투사들이 화려한 검투 장비를 착용하고 45번 검투장 안을 돌며 검투 규칙이 낭독된다. 검투사들이 등장하면 권투의 사회자가 선수들의 경력을 소개하는 것처럼 각 검투사의 경력을 소개해주며 흥을 돋구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좋아하는 검투사들에게 돈을 걸었다.

권투나 경마에 돈을 걸어 돈을 따거나 잃는 것이 로마인들의 큰 즐거움 중에 하나였으므로 유명한 검투사의 이름은 로마 전 시민들이 알고 있었다. 현대의 유명 스포츠 선수들의 이름과 경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로마의 검투가 현대의 매우 위험한 격투기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로마시대든 현대든 모두 위험하지만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이 보다 위험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즉 현대인들이 로마의 잔인한 검투를 비난하지만 로마인들에게는 가장 합리적이고 유익한 오락거리였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대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오해거리가 많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실예라는 뜻이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geulmoe.quesais 

 

끄새 - Google Play 앱

과학으로 본 세계 불가사의한 이야기들(오디오북 무료)

play.google.com

<곡해된 검투>

검투사들의 검투가 죽음을 담보로 하므로 매우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검투장에서 벌어졌던 상당부분이 과장되었다고 설명된다. 많은 후대 자료에 의하면 사람들과 동물들의 결투가 벌어졌으며 여러 동물을 갖가지 방식으로 짝지어 서로 싸우게 했다고 설명된다. 그런데 이런 잔인한 묘사 이면에는 대체로 로마 문화의 윤리적 퇴폐를 드러내 보이려는 의도에서 비롯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선 동물들을 관중 앞에서 무차별로 살해했다는 것부터 커다란 과장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인간과 동물들이 싸우는 장면로마의 벽화테라코타로 남아있는 것을 볼 때 이런 장면이 벌어졌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를 본 로마인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으므로 벽화나 테라코타의 소재가 되었음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이런 싸움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 즉 특별한 이벤트에 한해 벌어졌다고 추정한다. 

그 이유로서 그 당시에 등장한 동물들을 열거할 필요가 있다. 기록에 의하면 악어, 하마, 기린, 타조, 사자, 코뿔소 등이 등장하는데 이런 동물은 포획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서 조차 사로 잡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사로잡은 동물들을 곧바로 죽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당시에는 이런 동물들을 로마의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주안점이었다.

로마인들이 만든 재미난 오락은 현대와 비슷하다. 그것은 오늘날의 동물 써커스. 이 동물 써커스가 어느 정도로 인기가 있었는지는 플루타르크가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동물 쇼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는 특히 동물들이 영특하다고 적었다.

사람들이 동물 위로 올라가 춤을 추거나 체조를 하기도 하고 동물들이 직접 뒷발로 일어서거나 물 속에서 곡예를 하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다. 바다표범이나 사슴, 영양, 원숭이, 등도 조련을 받아 각가지 쇼에 등장했다. 표범이 멍에를 지고 영양과 나란히 서서 수레를 끈다. 투기장에 끌려나온 사자토끼를 사로잡아도 죽여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기 때문에 아기 사자 다루듯이 상처를 내지 않도록 그저 이빨로 살짝 몰고만 있어야 했다. 이 가마에 올라타면 네 마리의 코끼리가 네 사람의 온순한 노예처럼 자기 등에 이 가마를 태운다. 표범, , 이리 역시 이처럼 길들여 쇼에 내보냈던 것이다.

코끼리 공연은 특히 인기가 있었다. 코끼리들이 무릎을 꿇고 않는 모습, 무리를 지어 춤을 추는 모습, 식탁에 앉는 모습, 긴 코로 투기장의 모래 위에 그리스어나 라틴어 문자를 쓰는 모습 등이 묘사되어 있다.

()플리니우스의 표현에 의하면 마구(馬具)를 단 길들여진 표범이 전차를 끈다든가 훈련된 코끼리가 황제의 관람석 앞에 무릎을 꿇고 코로 모래땅에 라틴어를 쓰는 등의 묘기를 보였을 때 관중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고 적었다.

동물과 전투

동물들을 원형경기장에서 무차별로 학살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시되는 것은 바로 희생될 동물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로마에서 파견된 관리들이 중앙 정부로부터 요구받은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는 것은 수많은 기록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날 터키의 일부인 킬리키아의 책임자를 지낸 키케로표범을 더 보내달라는 독촉에 항의하기도 했다. 그의 항의는 사냥꾼들이 더 이상 동물을 사로잡는데 투입할 수 없을 정도로 박해받고 있다고 적었을 정도였다.

현재도 그렇지만 하루에 수백 마리씩의 야수를 살해한다면 몇 백 년 동안이나 그런 경기가 열릴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