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래?(세계불가사의)/홀로코스트

나치의 생체실험(2)

Que sais 2021. 1. 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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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 등장>

나치가 유대인을 대량학살한 홀로코스트 때문에 우생학이 나치로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지지만 우생학은 나치가 태어나기 전인 1883영국의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 18221933)창시한 학문이다. 그는 1874본성과 양육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다윈의 진화론은 예기치 않은 파장을 일으켜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진화론이 인간들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데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19세기 후반에 탄생한 우생학(優生學, eugenics) 분야다. 우생학은 인류사에 지우기 힘든 흔적을 남겼는데 다윈의 진화론으로부터 촉발된 적자생존 이론은 사회개혁가였던 허버트 스펜서(Hurbert Spencer, 18201903)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진화의 생존경쟁이 인간에게도 적용된다고 역설했다. 그의 논지는 게으른 사람들이 소멸되는 것은 자연 법칙의 순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약자를 돕는 복지 정책은 적자생존이라는 자연 법칙에 역행하고 그 결과 허약한 형질을 퍼뜨리는 국가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프랜시스 골턴 경

우생학은 사이비과학의 요소가 다소 있다고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튼튼한 과학적 지식의 산물로 믿었다. 사실 우생학은 과학에 대한 믿음이 남다랐기 때문에 생겼다고 볼 수 있지만 이의 파급효과는 적지 않았다. 미국차별적인 이민법을 통과시켰고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 수백만 명이 거세당했고 독일 나치 정권은 장애인, 유대인 등을 무차별 학살했다. 우생학이 몰고 온 파장은 과학자들이 권력의 정치적 요구에 맹목적으로 순종했을 때 그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다윈의 사촌 동생프랜시스 골턴은 적절한 선택을 통해서 인류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인간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제창했고 우생학, eugenics'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우생학(eugenics)eu'는 그리스어로 well(잘난, 우월한)을 의미하고 genos'는 '태생(born)'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생학은 글자 그대로 잘난 태생에 관한 학문(wellborn science)'을 뜻한다.

골턴은 어릴 때부터 머리가 특별히 좋아 두 살 반에 글을 읽었고 네 살에 시를 썼으며 7살에는 세익스피어 전작을 읽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16살이 되자 의사 견습생으로 병원에 보냈는데 다윈처럼 수술대에서 환자의 비명을 듣고 병원을 뛰쳐나왔다. 결국 의사를 포기하고 골턴은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의학, 생리학, 식물학과 화학을 배웠으며 천재답게 수학에 열중했다. 22살이 되자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았다. 당대의 부호답게 아프리카 여행에 몰두하여 많은 지역을 일일이 답사했는데 특히 나미비아 지역의 미개척지를 최초로 답사하여 보고했다. 이 공적으로 30세에 영국에서 왕립지리학회로부터 금상을 수여받았고 4년 후 왕립학회 회원이 되었다.

그는 다방면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특히 저기압구와 고기압구를 발명하여 기상도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에도 뉴스 시간에 기상 예보로 활용된다. 그러므로 그를 현대기상학의 기초를 세운 사람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사람의 지문 분석이다. 그는 1888년 런던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에 자극받아 수천 명의 지문을 수집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사람의 지문은 대체로 4가지 기본 유형을 갖고 있으며 손가락 10개 지문이 같을 확률은 640억분의 1로 지문이 똑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

 

그의 발표는 많은 주목을 받았고 범죄 사건에 곧바로 활용되어 현대에서 범인 체포에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된다. 그런데 사촌형인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자마자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또 다른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각 분야의 걸출한 인물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유전적 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예로 들었다.

그의 가문에는 의학자, 탐험가, 예술가 등이 많았다. 곧바로 그는 영국 역사상의 법관, 정치가, 장군, 문학가, 과학자, 시인, 화가 등의 가문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여 1869년에 출간한 유전하는 천재에서 자신의 가설이 옳음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면 16601868년 사이의 영국 법관과 그들의 가족을 분석한 결과 평균 100명의 법관 가족에는 명사가 38.3명이었는데 전 영국을 보면 평균 4,000명 중에 겨우 한 명이 명사였다. 또한 바흐 일가가 모두 뛰어난 음악가임을 지적했다.

그는 지독한 편견의 소유자이기도 하여 선천적으로 범죄형인 사람은 아무리 환경을 개선하더라도 이것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다양한 포도주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여성의 지적 능력이 열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별난 재주는 측정에 광적으로 집착했는데 영국 각지를 여행하면서 은밀하게 각 도시의 미인 지도를 만들었다. 그에 의하면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가 많은 도시는 런던이며 가장 적은 도시는 애버딘이라고 결론내렸다.

골턴의 압권은 지능이 유전에 의한 것이므로 총명한 사람들끼리 결혼하고 저능한 사람들과의 결혼을 막는다면 궁극적으로 인간들의 지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재성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매우 뛰어난 능력으로 교육이 지적 잠재력을 활짝 꽃피우게 만들 수는 있지만 교육을 통해 타고난 지능을 뛰어 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의미에서 골턴은 여성의 교육이나 참정권을 반대했다.

특히 골턴은 산업화가 한창 일어나고 있는 영국에서 가난하고 저능한 사람들이 지능이 높은 사람들에 비해 많은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므로 자선도 빈곤한 사람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류에 필요한 인간들에게 혜택을 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우생학인류를 개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턴의 우생학이 당대의 사회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한 반향을 얻었지만 일부 종교인들은 반대했다. 그러나 종교인들이 그들을 비난한 것은 우생학 원리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주로 반종교적 견해 때문이다. 골턴은 가족사에 관한 정보를 이용하여 교회의 고위 성직자처럼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타직업(법률가 등)의 고위층보다 오래 살지 못하고 선교선도 일반 화물선과 거의 같은 빈도로 침몰한다고 지적했다. 종교인들이 가장 반대한 것은 그의 결론 즉 기도는 아무런 효험이 없다였다.

여하튼 그의 이러한 다방면의 업적은 많은 사람들의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1909작위를 받았고 우생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다윈도 받지 못한 작위를 받았다는 것을 보아도 그의 과학적 업적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우생학의 또 다른 면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데 인색했던 지배 계급이 선호하던 논리라는 점이다. 우생학은 인간의 삶이야말로 공동체나 전체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될 때에 한해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문제는 이런 경우 논리 자체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사회적으로 허약한 사람들을 희생해야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전체 사회의 진화와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사회적으로 허약한 소수자들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전체주의적 논리로 우생학이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골턴이 예견하지 못했던 우생학의 비극이 태어난 것이다.

 

뷰티플 마인드

영화 뷰티플 마인드에 등장하는 수학의 천재 존 내쉬정신병자였지만 게임 이론이라는 수학이론으로 1994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이런 예는 상당히 많이 있다. 놀랍게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시몬 바론코헨 박사2003뉴턴과 아인슈타인자폐증의 하나인 아스퍼거 신드롬(Asperger syndrome)'의 징후를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뉴턴은 자신이 하는 연구에 몰두해 종종 끼니를 잊었으며 많지 않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자신의 강의에 학생이 오지 않으면 혼자 빈 강의실에서 이야기를 했으며 50세가 되어서부터 심각한 우울증과 편집증에 시달렸다. 인류가 태어난 이래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는 아인슈타인은 일곱 살이 되기 전까지 주로 혼자 지냈고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등 자폐증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 바론코헨 박사의 주장이다.

유명한 작곡가인 말러26년 동안이나 우울증을 앓았고 자신의 귀를 자르고 권총 자살고흐도 지독한 우울증 환자였다. 헤르만 헤세, 마크 트웨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마찬가지로 이들이 우생학이 한창 기승을 벌일 때 미국이나 유럽에 있었다면 단종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천재와 자폐, 나아가 정신 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자폐증이나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도 얼마든지 인류 문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생학의 논리에서 규정된 열등 인간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여 이들을 배제한다는 것은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라는 시각이다. 더욱 당대에 진보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서양인들이 비서구인을 열등한 존재로 보는 태도에는 제국주의적 침략의 명분을 얻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크게 노출되었음은 물론이다.

여하튼 골턴1874본성과 양육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유전학적으로 인류를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우수한 소질을 가진 인종을 증가시키고 열악한 소질을 가진 인종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우생학에 기초해 정신분열증 등의 유전성 정신병이나 유전성 기형을 가진 환자들을 임의로 단종시키는 우생법안이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고 다소 놀랍지만 미국에서는 알코올중독 환자나 범죄자까지 범주에 포함해 강제로 단종시키는 단종법이 존재한다.

사실 이 문제는 본성 대 양육 이론으로 매우 오래 전부터 논란을 벌이던 과학계의 난제 중 하나이다. 즉 인간의 행동이 유전에 의한 본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 이론과 양육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 이론 간의 논쟁이다.

가난이 열성 유전자로부터 나오며 이들의 무능력은 유전적인 것이기 때문에 개선될 가망성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직 거세와 같은 우생학의 방법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의 품성이나 능력이 교육이나 환경과 같은 사회적 요인에서 결정된 사실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내용은 초기에 철학자들간의 설전으로 비롯되었으나 다윈이 발간한 진화론에 의할 경우 인간 본성에 관한 보편성이 입증되면서부터 본격적인 논쟁의 장으로 들어간다. 특히 20세기 들어서면서 공산주의가 양육론을 지지하고 나치가 본성론을 지지했다. 양육론은 일단 유전적으로 어떤 형질을 갖고 태어났더라도 이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이며 본성론은 기본적인 유전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 독일을 구성하는 아리안인은 아리안의 특성이 있으므로 아리안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원용하면 유대인 및 정신질환자들을 제거하는 것은 우생학적인 면에서 큰 하자가 아니라며 바로 히틀러의 시대에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히틀러와 T-4  프로그램의 총책 카를 브란트 중장

이를 히틀러 시대에 총괄한 장본인이 히틀러의 주치의카를 브란트 중장으로 그는 T-4 프로그램을 총괄 감독했는데 T-4 프로그램이란 간단하게 말하여 유대인 및 정신질환자를 안락사시키는 것이다.

카를 브란트는 이들을 독일에 도움되지 않는 쓸모 없는 식충이들로 비유했는데 목적은 거창하여 불운한 생명체들에게는 자비로운 죽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방법으로 가스를 이용한 살해야말로 장 인도적인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장애인들이나 노인들을 가스실에 넣은 후 살해했으나 추후에는 생체실험한 후 죽였는데 그 실행 담당자가 유명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멩겔레.

여하튼 우생학 문제가 히틀러에 의해 지구상 가장 악랄한 인종 단종 등의 여파를 낳아 인류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과학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는 현대 과학에서 가장 초미의 분야이기도하다. 즉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간의 유전자를 통한 연구를 통해 양육론과 본성론을 규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관한 한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유전자와 추후의 학습이 연계되어 즉 본능과 환경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진로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