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악당/세계의 악당 무측천

세계의 악당 무측천 (3)

Que sais 2021. 1. 16. 18:19

끄새TV- 무측천 3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아무리 황제라도 비구니황궁으로 불러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무측천에게 유리한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첫째는 무측천고종의 아들감업사에서 출산한 것이다. 그가 훗날의 태자 이홍(李弘)이다. 이홍의 탄생은 고종으로 하여금 무측천을 어떻게 해서든지 감업사로부터 구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게 해주었다.

또 하나의 사건은 고종의 황후 왕씨(王氏)와 후궁 소숙비(蕭淑妃)사랑 다툼이다. 당시 왕씨는 아이를 낳지 못했는데 소숙비는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두었기 때문에 왕 황후의 자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었다. 당연히 두 사람은 암투를 벌였다.

왕 황후로서는 우선 고종과 소숙비를 떼어 놀 필요가 있었는데 그 중간 역할을 고종이 사랑하는 무측천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측천고종의 아들을 낳았으므로 만약에 무측천고종 곁에 둔다면 소숙비에 대한 총애는 사라지며 결국 왕 황후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왕 황후가 고종에게 무측천황궁으로 데려오라고 건의하자 고종은 곧바로 이를 수락하고 그녀를 ‘소의(昭義)’ 즉 황제의 후궁 121명 중 여섯 번째 서열로 임명했다. 무측천이 에서 비구니가 된 지 4년 만의 일이며 그녀의 나이는 고작 스물아홉이었다.

그녀가 황궁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이홍은 대왕에 봉해졌다. 이것은 그녀가 비빈 중에서 확실한 위치를 확보했다는 것을 뜻했다.

처음에 무측천은 왕 황후를 여러 면에서 보좌했다. 왕 황후는 몹시 기뻐하며 자신의 인물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면서 고종 앞에서 여러 차례 무측천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측천왕 황후와 소숙비를 철저하게 제거해야만 자신의 위치가 확고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과거 당태종의 비빈으로 황궁에서 살고 있던 시절 궁정의 권모술수를 잘 알고 있으므로 왕 황후일지라도 언제 자신에게 비수를 들이 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무측천에게는 왕 왕후와 소숙비와는 다른 커다란 약점이 있었다. 무측천은 두 사람에 비해 출신이 다소 비천한 것은 물론 태종의 재인이었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고종은 무측천을 데려 올 그럴듯한 명분을 부여했다. 고종무측천을 데려오면서 내린 조서는 다음과 같다.

 

옛날 내가 황태자였을 때 특히 돌아가신 아버님의 은혜를 입어 항상 선제 옆에서 시중을 들며 조석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깊숙한 궁궐 안에서 항상 행동을 삼갔고 비빈들을 똑바로 쳐다본 적이 없었다. 선제께서 모든 것을 살펴보고 늘 칭찬을 해 주셨다. 드디어 무시를 내게 내려주셔 한나라 선제 때의 왕정군처럼 받들었다.’

 

이와 같은 조서가 내린 것은 당태종의 비빈 무측천고종이 취했다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마치 태종이 자신에게 무측천을 취하라고 허락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 조서는 고종이 만들어 낸 가짜로 인식한다.

반면에 무측천에게는 그녀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었다. 고종의 사랑과 지략이다. 그녀는 우선 왕 황후에게 배척당한 후궁 몇 명을 포섭하여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인 후 그들로부터 두 사람에 대한 동정을 사사건건 보고 받았다.

이들 정보를 토대로 거짓을 보태서 고종에게 미주알고주알 알렸다. 당연히 고종은 두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무측천의 말만 믿었다. 자치통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황제는 끝내 황후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의에 대한 총애는 날로 두터워졌다.’

 

무측천이 바라는 것은 왕 황후를 폐하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적어도 고종의 아이를 낳았으므로 명분만 쌓아놓는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고종왕 황후를 폐위시킬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고종에게 왕 황후를 험담하고 있다는 것이 언제 발각될지 모를 일이었다.

당장 힘겨루기를 한다면 자신이 패배자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녀는 소의에 지나지 않지만 왕 황후는 고종의 정식 왕비였다. 더구나 그녀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무측천이 시간을 끌다가는 왕 황후의 역습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그녀는 카드를 던져야 했다. 그런데 무측천이 이런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던진 카드는 그야말로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딸의 목을 졸라 살해>

653년 말 무측천고종의 딸을 낳았다. 고종이 매우 좋아하여 애지중지했고 왕 황후도 자식을 두지 못했으므로 자신이 천거한 무측천이 딸을 낳았다고 하자 매우 좋아했다.

그런데 654년 초, 무측천은 왕 황후가 어린 공주를 보기 위해 무측천의 처소에 들렸다 돌아갔다는 것을 알았다. 무측천은 이를 절호의 기회로 알고 공주를 몰래 목 졸라 죽인 후 이불을 덮어 씌웠다.

잠시 후 고종이 들어왔다. 무측천이불 채 딸을 안았다. 그리고 이불을 벗기고는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고종이 어찌 된 영문인지 시종들에게 물었다.

왕 황후가 방금 다녀갔다는 대답을 듣고 고종은 크게 진노하며 황후가 한 짓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무측천은 자신이 꾸민 음모가 성공한 것을 확인하며 왕 황후의 죄상을 간곡하게 늘어놓았다. 이것이 고종으로 하여금 황후를 폐위하고 무측천을 황후로 책봉하려는 단초가 되었다.

이 사건은 일반인들이 생각해 낼 수 없는 일이므로 이 사건을 놓고 사실이냐 아니냐로 현재도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의 초점은 무측천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정말로 딸의 목을 졸라 죽일 만큼 사악한 여자인가이다. 일부 학자들은 무측천의 성격이 다소 모나기는 해도 적어도 자신이 직접 딸의 목을 조를 정도로 악당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증거로 당대의 사건을 기록한 구당서, 신당서에 그런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구당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왕 황후무당에게 주술로 사람을 굴복시키는 염승술(厭勝術)을 행하도록 했다. 일이 발각되자 황제는 크게 진노하고. (중략) 황후를 폐하려 했는데 장손무기와 저수량 등이 함께 간하여 그만두었다. 잠시 후 이의부의 계책을 받아들여 왕 황후를 폐했다.’

 

이 기록에 의하면 무측천이 자신의 딸을 목 졸라 죽여 황후를 모함했다는 일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치통감에는 무측천이 딸의 목을 졸라 죽였다는 기록이 분명히 남아있다.

조문윤 박사는 이 기록을 근거로 무측천의 행위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라면 그런 행동을 능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추후의 사건에서도 충분히 입증된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딸의 목을 졸라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녀를 세계의 악당 중에 악당으로 거론해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있다.

여하튼 고종왕 황후를 폐위시키기 위해 일부 신하들에게 은밀히 이를 추진토록 사주했다. 그런데 태종의 충복이었던 고명대신 즉 고종의 삼촌인 장손무기 등은 왕 황후의 폐위는 물론 무측천의 황후 복원을 강력히 반대했다. 가장 큰 명목은 무측천당태종의 비빈이었다는 점이다.

이럴 때 왕 황후의 악수가 두어진다. 무측천이 갈수록 고종의 총애를 받고 자신은 냉대 받는데다가 황후에서 폐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어머니 유씨와 함께 박수무당을 찾아가 염승술을 행했다. 그런데 이 일이 무측천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무측천고종에게 보고하면서 황제를 저주한 일주살시켜도 모자라는 죄라고 말했다. 이 일이 결정적인 사건이 되어 우여곡절을 겪은 후 65510월 왕 황후는 폐위되고 무측천이 황후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황후를 폐위시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고종조서 형식을 취해 자신의 행동이 옳음을 공표한다.

 

왕 황후와 소 숙비는 (짐을) 짐주 즉 독주로 독살시키려는 모의를 꾀했기에 폐서인하고 어머니와 형제도 함께 제명시켜 양남으로 유배를 보낸다.’

 

학자들은 왕 황후와 소숙비가 고종을 독살하려 한 적이 없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이른바 황제를 짐주로 독살시키려는 모의를 꾀했다는 것은 그들에게 죄를 씌우기 위해 날조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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