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불가사의/이집트 피라미드

피라미드(19) : 죽어야 산다(4)

Que sais 2021. 2. 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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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는 미라 연구>

1895뢴트겐에 의해 X이 발견된 이래 고고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특히 미라 연구에는 적격이다. 붕대를 풀지 않고도 미라를 조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CT 컴퓨터단층촬영검사는 평면적인 X-선 사진과는 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1mm 간격으로 촘촘히 촬영하여 컴퓨터로 3차원적인 영상을 재구성하므로, 머리의 부상 등 신체 각 부위의 손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밀한 CT촬영이 이루어질 경우 두개골 손상 부위가 날이 예리한 흉기에 의한 것인지 묵직한 둔기에 의한 것인지 밝혀내는 것은 물론 어느 방향에서 가격되었는지까지 알 수 있다.

한편 CT보다 좀 더 정밀한 것으로 알려진 MRI는 인체에 들어 있는 물 성분 속의 수소를 이용하는 검사이지만 미라를 만들 때 물기가 제거되고 미라상태로 건조되어 수천년이 지난 경우 MRI 검사가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라처럼 골격과 말라붙은 근육조직만 있을 경우 틀어지거나 부러진 흔적을 알아내기엔 CT가 더 효용적이라는 설명이다.

사망 후 오랜 세월이 흐르면 세포핵 속의 DNA가 상당수 분해된다. 하지만 미라처럼 수분을 제거하고 약품 처리가 된 경우 대부분 DNA의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DNA가 중간 중간 깨어져 있다 할지라도 미라처럼 채취할 DNA 시료가 많을 경우 손상된 부위를 증폭시켜 카피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충분히 검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추출한 DNA로 먼저 추정해볼 수 있는 사인은 그 시대의 사망원인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감염성 질환, 당시에 유행하던 전염병에 의해 사망했다면, 박테리아 또는 바이러스가 미라 조직세포 속에 극소량이나마 남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미라에서 흑사병으로 잘 알려진 페스트균의 특정 DNA를 수만 배 증폭되어 나타난다면 미라가 사망 당시 페스트에 감염되었다고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유발되는 질병을 거의 모두 진단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전자 이상이나 돌연변이에 의한 질병인지의 판단도 가능하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복합적 질환이거나 다유전인자 질환이 아닌 단일 유전자 질환의 경우,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질병의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이다.

한편, 부계를 통해서만 유전되는 Y염색체를 검사하면 할아버지나 삼촌 등 남성 쪽의 계보를 알 수 있고,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로는 여성 쪽 계보를 알아낼 수 있다.

과학으로 미라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은 계속 발견된다.

1960년대 말 미시간 대학의 제임스 E. 해리스 박사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이집트인들은 장구한 시기 동안 충치에 시달린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집트에서 충치가 문젯거리로 등장한 것은 이집트가 로마에 정복된 후 이집트인들이 좀더 달고 치아에 잘 달라붙는 음식을 즐겨 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이집트인들은 치아의 마모와 치아 표면의 부식 및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고통을 받았다. 이집트인들이 먹는 음식에 항상 모래가 섞여 있었고 그것이 치아 마모의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모래는 사막에서 바람에 실려 오기도 했지만 밀을 빻을 때 가루를 좀 더 곱게 만들려고 일부러 집어넣었다.

가장 흥미로운 미라는 1976년 맨체스터 대학의 로잘리 데이비드 박사가 집도한 1770. 1770는 방사능 분석을 통해 기원전 1600~1250년에 죽고, 서기 105~405년 사이에 미라로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죽은 지 1000년이 지나 붕대에 감긴 이 소녀는 13살 정도의 어린 소녀로 다리 아랫부분은 사라졌는데 소녀의 발 근처에서 기묘한 덩어리가 발견되었다.

놀라운 것은 뼈의 일부에 붉은색과 푸른색 물감을 바른 흔적이 남아있는데 이것은 미라를 매장하기 전에 살을 다 제거했다는 것을 뜻한다.

가슴 위에 놓여 있는 10개의 손가락에는 금박으로 만든 튜브가 하나씩 끼워져 있었고 가슴 위에는 화려하게 채색한 아마포 덮개가 덮여있었다. 젖가슴이 있던 자리에는 금으로 만든 젖꼭지 덮개가 놓여 있었고 복강과 골반에는 붕대와 진흙이 들어차 있었다. 골반 앞쪽에는 붕대를 단단히 말아서 음경처럼 만든 것이 붙어 있었는데 내세에는 남자로 태어나라는 기원의 상징이다. 연구팀은 이 시체가 심하게 부패한 상태에서 그 시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젖꼭지 덮개인공 음경을 둘 다 붙여 주었다고 결론내었다.

해리스 박사는 미라의 다리뼈가 절단된 것을 발견했다. 오른쪽 다리는 무릎 위, 외쪽 다리는 무릎 밑에서 잘려있었다. 해리스 박사는 1770가 무너진 석조 건물에 깔려 죽은 뒤 한동안 돌무더기 속에 묻혀 있었거나 나일 강에서 익사한 뒤 악어나 하마에게 먹혔을 거라고 추측했다.

불완전한 형태의 시체를 미라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장의사들은 진흙으로 의족을 만들어 남아 있는 뼈에 이어 붙이고 금도금한 발톱 덮개를 씌운 인공 발에 장식적인 슬리퍼까지 신겨주었다. X선 사진에 발이 있어야 할 곳에 나타난 기묘한 덩어리는 바로 인공 발이었다.

1770호의 두개골은 수많은 조각으로 부셔져있었지만 거의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연대측정에 의해 소녀는 기원전 1600년에서 기원전 1250년에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붕대는 서기 105년에서 405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소녀의 미라는 죽은 지 천 년이 훨씬 지나 붕대에 감겼다는 뜻이다.

 

비파괴방법으로 미라 손 촬영

이런 시간 차이는 학자들을 매우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1770호는 왜 죽은지 1,000년이나 지나 미라처치를 받았고 더불어 성별조차 구별하지 못할 만큼 심하게 부패한 시체를 왜 붕대로 쌓았는가 하는 점이다. 학자들은 그 해답을 이집트 종교에서 찾았다. 이집트에서는 누군가가 신성한 나일 강에서 죽으면 그 시체도 역시 신성하게 간주되었다는 것이다. 헤로도토스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집트인이든 외국인이든 나일 강에서 악어에 희생되거나 강물에 빠져 죽은 것이 분명한 경우 시체가 떠오른 곳과 가까운 도시의 주민들이 그 시체를 미라로 만들어 신성한 묘지에 되도록 장엄하게 장사지내야 했다. 이는 법률로 규정된 의무다. 이때 근친이나 친구들은 아무도 시체에 손댈 수 없으며 시체는 단순한 인간의 육체 이상의 것으로 간주되어 신관들이 손수 장례를 지내도록 되어 있다.’

 

1770가 우대 받은 이유를 알 수 있는데 1770호가 나일 강에서 죽었다면 발견되기 전에 이미 심하게 부패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신관들이 부패한 소녀를 미라로 만들고 의족까지 만들어 붙였다. 그리고 수백년이 지난 뒤 다른 신관들이 그 신성한 시체를 좀 더 잘 보존하기 위해 의례적으로 붕대를 다시 감았을 수도 있다.

미라는 현대 학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생각을 안겨주고 있다. 과학이 미라를 클로닝(Cloning)할 수 있는가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1985년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스반테 파보(Paabo) 박사는 기원전 400년경에 이집트에서 미라로 처리된 한 살짜리 남자아이의 피부에서 유전 물질을 추출하여 복제했고 조직배양을 통해 유전자를 키우는데 성공했다. 고대의 생물에서 DNA를 재생하여 복제에 성공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들의 성공이 큰 반향을 받은 것은 미라와 미라 사이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종과 절멸한 종 사이에 클로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죽은 이집트인의 체세포 염색체를 살아 있는 난자에 집어넣은 다음 대리모의 자궁 속에 성공적으로 이식한다면 정상적인 아기로 세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학자들은 언젠가 3,000년 전 이집트에 살았던 소녀가 클로닝을 통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었을 때보다 훨씬 오래 살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비파괴방법으로 미라촬영장치

계속되어 미라 연구 장비는 업그레이드되는데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 등은 컴퓨터 단층촬영(CT)'방사광 엑스레이 회절법'을 조합한 첨단기술로 약 1900년 전 만들어진 '하와라 초상화 미라 4'의 비파괴검사를 시행해 미라의 주인공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다. 엑스레이 회절법은 엑스레이가 물질에 부딪혔을 때 파동이 장애물을 만나 휘어지거나 퍼지는 현상에서 회절하는 각도가 물질별로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어떤 물질인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하와라 초상화 미라'1888~1889년과 1910~1911년에 고대 이집트 하와라 지역에서 발견된 미라들로 윗부분에 초상화가 그려진 점이 특징이다. 특히 4번 미라에 그려진 초상화는 성인 여성임에도 크기가 작았는데 비파괴시험결과 키가 약 945세가량의 여아로 추정됐다.

특히 미라의 배 부분에서 발견된 방해석으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풍뎅이 모양의 조각이 발견되었는데 이집트에서 풍뎅이는 재생의 상징이었다는 점에서 내세에서 고인의 영혼을 지켜달라는 의미의 부적인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외상이 없는 미라는 왜 죽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스웨덴 알바노바 대학의 린다 브룩스 박사컴퓨터 단층촬영(CT)'방사광 엑스레이 회절법'의 약점도 보완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뼈 및 기타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유골 등은 흡수 대비가 잘 작동하지만 연조직의 경우 흡수 대비가 너무 낮아 확인에 문제가 있는데 이를 전파 기반 위상차 이미징으로 해결한 것이다. 전파 기반 이미징X 선이 샘플을 통과 할 때 발생하는 흡수 및 위상 이동을 모두 감지하여 X 선 이미지의 대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X선의 위상 효과는 광선이 렌즈를 통과할 때 방향이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한마디로 위상차 이미징을 사용하면 연조직 구조를 세포 해상도까지 이미지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로멜 박사는 기원전 400년 경에 사망한 미라의 손 전체를 스캔하여 연조직을 이미지화하는데 성공했다. 비파괴방법으로 미라를 연구하는데 진일보한 것이다.

 

참고문헌 :

투탕카멘의 미스터리, 과학으로 밝혀낸다, 이성규, 국민일보, 2004.11.23.

CT 기술로 고대 유적 이미징의 가능성 확대, 린다브룩스, RSNA, 2018.09.25

CT·X조합 첨단기술로 '하와라 초상화 4번 미라' 비밀 풀었다, 이재영, 연합뉴스. 2020.10.25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 장 베르쿠데, 시공사, 1996

이집트 사자의 서, 서규석, 문학동네, 2006

이집트 역사 100장면, 손주영 외, 가람기획, 2006

파라오의 저주, 이종호, 북카라반, 2008.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루비박스, 2008

과학으로 여는 세기의 불가사의, 이종호, 문화유람, 2008

Egypt, Bonechi,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