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유산)/경주역사지구 답사

경주역사유적지구 답사(47), 경주국립박물관 에밀레종(4)

Que sais 2021. 11. 30. 17:12

https://youtu.be/MJOXlXyC2SE

<세계 종소리 콘테스트에서 단연 으뜸>

에밀레종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으로 판명되기에는 우선 한국종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구조 때문이다.

종소리는 크고 오래 지속되어야 하지만 이외에도 󰡐울림󰡑이 있어야 한다. 종소리의 울림이란 종을 한 번만 쳐도 󰡐, , 󰡑하고 종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계속 되풀이해서 울리는 현상을 말하며 물리학에서는 맥놀이(beats)라 부른다. 종소리의 울림, 천상의 울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특별한 소리를 내는 맥놀이진동수거의 동일한 두 개의 음파동시에 발생될 때 생기는 일종의 간섭 현상이다. 맥놀이유리잔이나 종 같이 속 빈 둥근 몸체를 두드릴 때 나타난다.

근래 경주 박물관에서 저주파 스피커에 통과시킨 성덕 대왕 신종의 소리 세기음향 측정 프로그램(Tektronix TDS3012 Digital Phosphor Oscilloscope Voyetra)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타종 직후 5 후부터 기본 진동수의 음파가 맥놀이 현상(타종 후 소리울림에서 원래 소리와 되돌아오는 소리가 마주치게 되어 서로 더해지거나 덜해지게 되는 현상)을 일으킴을 밝혀내었다.

일반적으로 종의 음색은 종을 칠 때 생기는 수많은 부분음으로 구성되는 복합음이다.

종의 생명은 두말할 필요 없이 소리에 있는데 소리는 종 몸체외부 타격으로 만들어진 진동주변 공기를 진동시키고, 이 진동이 귀의 고막을 진동시켜 에서 감지되는 것이다. 종을 치면 종 몸체는 지름 방향, 원주 방향, 길이 방향으로 3가지 진동을 만드는데, 이중에서 가장 큰 진동지름방향에서 만들어진다.

종소리시간에 따라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첫째 부분은 종을 친 후 약 1초 이내소멸되는 하고 울리는 타음으로 수많은 부분음이 포함되며 그 음색은 부분음의 강약과 진동수의 배열과 관계된다. 둘째 부분은 종을 친 후 약 10초 동안 계속되는 비교적 높은 소리로서 매우 멀리까지 들리므로 원음이라고 하며 셋째 부분이 약 1분 이상 계속되는 맥놀이인데 매우 정확한 지수 함수적인 감소와 억양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맥놀이 회수 13 1회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맥놀이 횟수 1초당 6회 정도까지는 귀에 좋은 느낌을 주지만 3040불쾌감을 준다.

근래 에밀레종 신비에 대한 연구는 놀라워 타음 타격 순간음은 종의 많은 부분의 강약음이 혼합되어 굉음으로 나타나는데, 에밀레종의 몸체에서는 한 가지 음파가 아니라 1,000Hz(1초에 1,000번 떨림) 이내에서만 50여 가지의 낱소리 음파가 발생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종런던 세인트폴 성당 그레이트 폴 1881년에 주조된 것으로 무게는 17이다. 이 종을 치면 20가지에 못 미치는 음파가 발생하며 에밀레종 소리보다 빠르게 소멸된다. 50여 가지의 주파수 성분 즉 음파가 있다는 것은 타종을 하는 순간 50여 가지의 떨림이 종의 몸체에서 일어난다는 것으로 이들이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가 어우러져 은은한 울림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김양한 박사에밀레종의 소리기본 진동수 64Hz 근방의 음파와 168Hz근방의 음파가 주성분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이들 기본진동수의 음파들이 각각 진동수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 두 쌍의 음파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각각 64.06Hz 64.38Hz, 168.31Hz 168.44Hz로 이들 진동수의 미묘한 차이가 음파의 맥놀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종은 타종 후 소리가 퍼져 나가면서 이들 기본진동수들의 맥놀이현상으로 인해 ~ ~ ~ 하는 은은한 울림을 만들어 낸다.

에밀레종의 맥놀이신라인들의 정교한 음향기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김 박사신라인들은 은은한 여음을 만들기 위해 고도의 계산을 통해 맥놀이를 일으키도록 종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기타를 조율할 때에도 맥놀이를 이용하면 쉬운데 진동수가 같아야 하는 두 줄을 튕겼을 때 맥놀이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만약 맥놀이가 발생하면 줄을 더 조이거나 풀어서 맥놀이가 생기지 않게 한다.

맥놀이를 유발하는 두 개의 진동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분석됐다. 우선 맥놀이 현상은 종을 만들 때 재질이나 종 두께가 균일하지 않고 완전한 대칭을 이루지 않은 결과 진동수가 미세하게 차이나는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겉보기에 범종은 엄격한 대칭이지만 범종 표면의 문양조각이 비대칭을 이루고 몸체 곳곳의 물질 밀도나 두께도 미세하게 다르다. 또한 쇳물을 부어 범종을 주조하는 순간에 우연히 섞이는 공기량도 약간씩 다르다.

더구나 에밀레종 내부에는 쇠찌꺼기 같은 것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주조를 잘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김양한 박사 󰡐쇠찌꺼기로 종의 비대칭성의 폭을 확대해 맥놀이 현상을 발생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끄새에밀레종 내부를 촬영했는데 생각보다 종 상단부매우 울퉁불퉁하여 놀란 적이 있다.

밑에서 본 종 내부 상단부

서양종은 이 같은 비대칭성’, ‘비균일성을 가능한 한 제거하기 때문에 맥놀이 현상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은은하게 울리지 않고 소위 학교종이 땡땡땡이란 다소 경박한 소리가 난다.

한편 배명진 교수는 종의 아래 부위에서 발생하는 둥근 소리의 탄력맥놀이현상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배 교수유리잔이나 크리스탈잔처럼 주둥이가 오목하고 무늬가 없이 대칭을 이루는 용기에서도 맥놀이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 비대칭에 의해서만 맥놀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에밀레종 아랫부분의 오므라든 부위에서 발생하는 원모양의 종소리가 바로 맥놀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김석현 교수에밀레종의 대표음 168Hz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낭랑한 목소리의 음파가 바로 이 영역이라고 한다. 에밀레종의 대표음은 당초부터 사람 귀에 어울리는 음파를 갖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168Hz 음파는 타종한 후 9초 뒤 하고 울고는 사라지듯 하다가 다시 한 번 9초 뒤약하게 울음을 토해낸다. 김 교수는 바로 이런 현상이 문학작품에서 에밀레종 소리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마치 곡을 하는 듯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로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타종 후 최후까지 남는 에밀레종 소리 64Hz. 3마다 한 번씩 등장하는 맥놀이를 하는데 매우 낮은 음이어서 어헉, 허억하며 마치 숨을 몰아쉬는 듯한 소리로 들리는 것이 바로 이 소리 때문이다. 이에 비해 천년이상 늦게 만들어진 영국 세인트폴 성당의 종 그레이트폴’(17, 1881년 주조)음파는 20가지도 못 미친다고 한다.

학자들이 에밀레종에서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에밀레종 상단부를 구성하는 특이한 구조.

에밀레종 음관

에밀레종 용머리 뒤쪽에는 대통 모양의 관이 솟아 있는데 이 관은 높이 96센티미터, 안쪽이 14.8센티미터, 위쪽이 8.2센티미터로 속이 빈 나팔형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음관의 모양은 파이프처럼 단면적이 일정한 관에 비해 종을 칠 때 내부에서 형성되는 음향 파워를 효율적으로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된다. 그리고 실제 음관을 통해 나오는 종소리의 특성을 정밀 측정한 결과, 음관이 종소리의 고유 성분인 저진동수 성분내부로 되돌려 보내 종소리의 고유성분을 보호하고, 높은 진동수 성분(3Hz이상)의 음파는 재빨리 방출잡소리를 줄이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에밀레종의 음관이 종소리의 주 진동수인 64Hz 168Hz의 기본 진동은 내부로 되돌려 보내고 높은 진동수의 잡음은 재빨리 방출해버리는 첨단기능을 담당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관통된 음관을 주조하는 것은 대단히 번거로움에도 이 음관은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는 한국종에만 있고 중국종, 일본종에는 없다.

서울대학교의 엄영하 교수는 종을 칠 때 외부 진동은 멀리 잘 전파되지만, 종 내부에서 일어나는 진동은 안에서 서로 충돌하거나 반사하여 잡음이 나게 되는데 종상부의 음관이 이러한 잡음을 뽑아내는 음향 필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인 황수영 박사는 이 음관이 신라의 삼보인 만파식적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황 박사가 이 대통만파식적으로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 기본형이 원형이며 둘째, 대를 형상화하였으므로 마디가 있고 셋째, 대이기 때문에 내공(內空)이어서 종신(鐘身)에 이르기까지 관통되어 있다는 것이다.

에밀레종(국보제26호)

또 하나의 구조적인 특징은 명동(鳴洞)이다. 신라종종각(鐘閣)에 높이 매달고 치는 것이 아니라 지상보다 조금 위에 종을 달고 치는데, 종구(鐘口)바로 밑의 바닥이 우묵히 패어 있어 공명동(共鳴洞)의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명동 시스템은 세계 다른 나라 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라 특유의 시스템으로, 음관으로는 종 내부의 잡음을 빨아내고 명동공명진동을 일으켜, 종을 쳤을 때 긴 여운이 남게 만드는 것이다.

모형 실험에 의할 경우 명동좋은 종소리를 내게 할 뿐만 아니라 은은한 여음을 내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한국과학기술원>이병호 교수는 이 명동의 적정 깊이는 현재 종구(鐘口)와 지면 사이의 공간을 45센티미터라고 했을 때, 94센티미터라고 계산하였다. 현재 경주박물관에 시공된 명동의 구조보다 더 깊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김양한 박사명동완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부피는 지금보다 약 3배 큰 3.96 정도이고, 울림통의 유효반지름은 0.83m, 유효깊이는 1.83m가 된다고 계산했다. 참고적으로 과거에는 에밀레종 하부에 있는 명동의 깊이 45센티미터 정도였는데 현재는 아예 이를 메꾸어 평면으로 만들었다. 어떤 연유로 메꾸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신라 시대의 우리 조상들이 음향학, 진동학 등의 설계와 주조 및 타종 방식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채택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종의 타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장무 교수 󰡐에밀레종의 타점 위치(撞座)종의 안전이나 수명에도 유리하며, 종소리의 여운도 길어지도록 절묘하게 제작돼 있다󰡑고 지적했다. 계산에 의할 경우 종을 매단 지점에서 당좌 중심가지의 이상적인 거리 260센티미터인데 실제 당좌 중심까지의 거리는 238센티미터로 불과 22센티미터 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