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유산)/경주역사지구 답사

경주역사유적지구 답사(48), 경주국립박물관 에밀레종(5)

Que sais 2021. 12. 1. 14:06

https://youtu.be/MJOXlXyC2SE

<세계 최고의 종소리>

이병호 교수는 또한 후리퀀시 스펙트럼 어낼리시스(Frequency spectrum analysis)를 이용해서 화음상의 평점을 계산하여 종소리를 비교 평가하였다. 음질 평가치를 정의하여 그 수치를 계산하는 것인데 한국의 유명한 종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다음과 같았다.

 

1) 에밀레종 : 86.6

2) 상원사종 : 71.5

3) 보신각종 : 58.2

4) 중국 영락대종(46) : 40

 

각 종의 음질평가치에 의하면, 에밀레종이 제일 좋은 종소리를 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에밀레종 소리는 명실공히 세계 제일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일본의 범종학자쓰보이 료헤이(坪井良平)에 의하면 일찍이 일본의 NHK방송국에서 세계적인 명종들의 종소리를 모두 녹음하여 일종의 종소리 경연대회를 연 일이 있었는데 에밀레종의 종소리가 단연 으뜸이었다고 한다.

에밀레종소리는 현재도 듣고 있다. 에밀레종소리를 녹음해서 방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2 제야(除夜)서른세 번 종을 친 뒤 한동안 타종중단했다가1996 학술조사를 위해 시험으로 타종했다. 그 뒤 2001 10 92002 2003 10 3일 개천절타종행사를 열었으나2004 보존에 문제를 일으키는 금속 스트레스 누적을 억제하기 위해 더 이상 타종을 금하고 있다.

한편 전통무용가 이애주 박사에밀레 종소리맞춘 춤을 만든 적이 있다. 춤 이름후천개벽무(後天開闢舞)로 본래는 1986년 개천절에 초연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서 같은 해 10 9일 한글날에 공연을 했다. 이후에도 이애주는 성덕대왕신종 타종행사 때 종에 대한 의미를 담은 춤을 추는 공연을 열었다.

반면 아니면 이라는 말로 그동안 매년 연말이면 제야의 종서울의 보신각종으로 사용했다. 보신각종에밀레종을 본떠서 현대에 다시 만든 것이지만, 그 종소리는 에밀레종신비한 소리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음질 평가치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에밀레종은 86.6인데 보신각종은 58.2이다. 한마디로 60에 못 미치는 낙제점을 받았지만 보신각 종을 계속 쳐야하는 것은 나름대로 고충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현대 과학기술에밀레종의 물리적, 공학적 특성 등을 밝혀내고 있지만 에밀레종을 그대로 복제하여 그 신비의 종소리를 재현하는 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구리를 재료로 해서 아연을 섞으면 황동, 주석을 섞으면 청동(향동, 놋쇠), 니켈을 섞으면 백동이 되는데 현대공학에서는 실용 용기를 만들 경우 주석의 양 10퍼센트 이내로 추천한다. 학자들이 주석의 양 10퍼센트 이내로 추천하는 것은 주석의 양을 높일 경우 그릇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형 종의 성분을 보면 주석 17.5퍼센트, 구리 82.5퍼센트이다. 주석의 양 17.5퍼센트라면 현대공학상 권장 비율을 넘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은 주석의 경우 18퍼센트에서 25퍼센트까지 600도 안팎에서 단조가 가능한 구역이 있는데 옛 장인들은 경험적으로 이를 알아내었다고 추정한다.

에밀레종 주조에 아직까지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는 실제 어떻게 주조했느냐이다.

거대한 크기의 에밀레종이 납형법으로 제작되려면 22톤의 쇳물, 감량 20~30%를 계산하면  25~30톤의 쇳물을 끓여 동시에 부어야 한다. 끓는 쇳물거푸집에 일시에 붓는데 그 압력이 대단하여 거푸집이 여간 튼튼하지 않으면 이를 이기지 못하고 파괴된다. 뜨거운 쇳물을 쏟아 부으면 거품이 일어나 부글거리는데 이때 공기가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하고 굳으면 종에 기포가 생긴다. 그러나 성덕대왕신종에는 기포가 없다고 알려진다. 거푸집튼튼하게 만든 방법공기를 빼낸 방법이야말로 에밀레종이 갖고 있는 미스터리라 볼 수 있다. 그것도 8세기의 일이다.

에밀레종의 미스터리 단단한 종 고리와 종을 거는 쇠막대기에도 숨어있다.

봉황대에서동부동경주고적보존회로이전(1915)

에밀레종이 우여곡절을 겪고 현재의 국립경주박물관에 옮겨지는데 이동에 결정적인 문제가 제기되었다. 바로 을 매달고 있는 고리종을 지탱할 쇠막대기 때문이다.

을 옮기기 위한 실험 중 종고리종 무게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휘어지자 문화재관리청에서 '에밀레종 종고리 제작위원회'를 조직했다. 자리를 옮겼을 때 종을 걸 쇠막대기도 하중을 견딜 만큼 튼튼해야했는데 세라믹 기술로 만든 굵기 15cm의 막대기면 그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종 상단에 있는 용 조각의 허리부분쇠막대기를 넣어 만들어져 있는데 그 구멍의 지름이 9cm도 되지 않았다. 결국 창고에서 예전에 사용했던 쇠막대기를 찾아서 이동에 성공했다고 한다.

신라시대 또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 쇠막대기포항제철과 포항공대에서 비파괴 검사를 해본 결과, 여러 금속을 합금해 넓고 기다란 판을 만들어 두드리면서 말아, 현재로 보면 와이어분산된 힘을 결합하듯 만든 형태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만들면 강하면서 부드러워 휘지도 부러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철을 납작하게 펴는 압연기술과 이를 두드리며 마는 단조기술이 뛰어나지 않으면 평탄도가 고르지 못하고 공기가 들어가 부식하게 된다고 말한다.

여하튼 한국종은 위에 음관, 아래에는 명동을 설치하여 종 자신의 몸통에서 나는 소리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에게 전파되어 나가는 방법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하였음을 알 수 있다.

통일 신라 시대에 이미 우리 조상들은 음향학, 진동학 등의 설계와 주조타종 방식을 최적화하여 성덕 대왕 신종과 같은 훌륭한 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과학적 성과를 어떤 방법으로든 만들어낸 에밀레종의 몸체에 새겨져 있는 1,000여 자의 명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무릇 심오한 진리는 가시적인 형상 이외의 것도 포함한다. 눈으로 보면서도 알지 못하며, 진리의 소리가 천지 간에 진동하여도 그 메아리의 근본을 알지 못한다. 부처님께서는 때와 사람에 따라 적절히 비유하여 진리를 알게 하듯이 신종을 달아 진리의 소리를 듣게 하셨다.'

 

<한국 최고의 상원사종>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종에밀레종이 아니라 상원사 동종(銅鐘, 국보 제36)이다. 상원사 동종에밀레종보다 약간 앞선 신라 성덕왕 24(725)에 제작되었고 높이는 167센티미터, 아래쪽 종 입구 지름은 91센티미터.

종의 꼭대기에 용뉴가 있고 몸체 상부의 네 곳에 사각형의 연곽(蓮廓)이 있고 그 안에 각각 9개의 연뢰(연봉오리)가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몸체 중앙공후(箜篌)와 생()을 연주하고 있는 비천상이 있는데 자연스럽게 흩날리는 옷자락, 살아 있는 얼굴 표정 등 한국 최고의 비천상으로 평가받는다. 아랫부분은 안으로 약간 오므라들었는데 전체적으로 상원사의 동종한국 종의 전형이라 인식한다.

상원사 동종 (銅鐘,&nbsp;국보 제36호)

용뉴 좌우 70에 달하는 명문해서체음각되어 있는데 명문에 신라 성덕왕 때 조성되었다는 글이 있다.

상원사 동종의 전설에는 원래 종은 안동 근처의 어느 사찰에 봉안되어 있다가 태종 불교를 박해할 때 안동 본부 문루(門樓)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런데 세조 때 상원사봉원할 종을 팔도에서 찾던 중 안동에 있던 이 종이 선정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 종이 상원사에 도착한 것은 세조승하한 직후예종 원년(1469)이다.

그런데 안동에서 상원사로 옮겨오던 중 죽령(竹嶺)을 넘으려는데 종이 꿈적도 하지 않으므로 연뢰 하나를 떼어내니 그제야 비로소 움직였다고 한다. 세조의 일화를 입증이라고 하듯 현재 동종의 연뢰 36가 아니라 35.

고려시대가 되면 종의 사부면과 이어지는 상대 위를 도라가며 꽃잎을 세운 장식, 이른바 입상화문대(立狀花文帶)가 새로이 첨가되어 점차 상재보다 더욱 화려하게 장식되는 독립 문양대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상대와 하대에도 당초무늬나 보상화무늬번개 무늬, 국화문 등의 다양한 문양이 장식되며 몸체에는 비천상이나 주악상 대신 보살상을 표현하는 예가 많아진다. 용뉴통일신라 종이 대부분 그 종의 상부면에 붙이고 있는 것과 달리 점차 머리가 떨어져 앞을 바라보거나 입 안에 표현되던 여의주용의 발 위나 음통 윗부분에 부착되기도 한다. 고려 후기에 들어와 높이 40cm 내외작은 종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건물 안에서 소규모의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짐작된다.

고려말에는 두 마리의 용으로 구성된 용뉴, 음통, 당좌가 없어지는 대신 몸체에 여러 줄의 띠를 두르고 팔괘문, 범자문 등이 장식되는 중국 종양식이 들어온다. 따라서 이후에 제작된 조선시대 종들은 전형적인 한국종 양식에서 벗어나 중국 종모방하거나 두 나라 양식이 혼합새로운 모습의 범종으로 바뀐다.

고려 말의 범종 양식을 이어받은 조선 초기의 종음통이 사라지고 용뉴는 쌍룡으로 바뀐다. 입상화문대도 사라지고 상대 아래에는 별도의 범자문이 장식되며 연곽은 점차 상대에서 떨어져 보다 밑으로 내려온다. 당좌는 아예 없어지거나 있다 해도 그 수나 위치가 일정치 않아 종을 치는 자리로서가 아닌 무의미한 장식 문양으로 바뀐다. 몸체 중앙 부분에 주국 종에서 볼 수 있는 두세줄의 융기선 장식이 돌려지고, 몸체의 빈 곳에 불상이나 비천상 대신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보살상이 장식되는 것도 조선시대 범종의 특징이다. 이밖에도 , 범자, 파도 등을 복잡하게 새기고 빈 곳에 종을 만들 때 돈을 내거나 관계된 사람들의 이름을 빽빽이 기록한 점을 볼 수 있다.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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