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odbbang.com/ch/1778438?e=23875599
<세계를 놀라게 한 특허청 직원의 논문>
에테르에 대한 다양한 실험결과와 가설이 나오는 가운데 1900년8월에 대학교를 졸업한다. 졸업하고 1년 간 직장을 찾으면서 임시 교사나 가정교사 등을 하면서 생활을 하다가 친구인 그로스만 아버지의 추천으로 1902년 6월 특허국에 취직하고 1903년 1월에 밀레바와 결혼식을 올리며 1904년 5월 첫아들 한스가 태어났다. 특허국에서 근무하면서도 그는 매년 논문을 발표하였고 1905년에 5편의 논문을 세상에 발표하였다.
① 분자의 크기를 정하는 새로운 방법
② 발견적 견지에서 본 빛의 발생과 변환
③ 정지하고 있는 유체 속에 떠 있는 입자의 운동과 열의 분자 운동과의 관계
④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 역학
⑤ 물체의 질량은 그것이 포함하는 에너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가?
이중 ①번 논문은 쮜리히 주립 대학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는 이학박사학위를 받는다. ③번 논문은 액체에 떠 있는 작은 입자들의 운동에 관한 이론적 설명을 제공하는 브라운 운동에 관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액체 속 분자들이 열에너지 덕에 움직이고 있고 입자들과 충돌하기 때문에 입자들이 움직인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이 논문은 원자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②번은 광전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을 설명한 것인데 이 광전효과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 대표적인 이론이다. 광전효과란 간단하게 말해 진공 상태에서 아연과 같은 어떤 금속에 특정 종료의 빛을 쬐어주면 금속 표면에서 음전하를 띤 입자인 전자가 튀어나오면서 전류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론이 중요한 것은 TV, 컴퓨터, 태양전지 등 현대 문명의 이기들이 모두 광전효과에 그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빛이 2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즉 빛은 입자이자 파동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이전의 과학자들 간에 입자설과 파동설이 자주 충돌했는데 이는 각각의 설명이 납득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모순되는 부분도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 때 혜성같이 등장한 아인슈타인이 빛은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갖고 있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우선 파장의 문제를 보자.
빛의 파장이 짧으면 에너지가 강하고 파장이 길면 에너지가 약하다는 것은 이미 설명했다. 만일 빛이 파동의 성질만 갖고 있는 연속적인 흐름이라면 어떤 파장의 빛이라도 장기간 비추거나 밝게 비춘다면 전자는 에너지를 모았다가 충분한 에너지가 쌓이면 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험 결과, 전자를 떼어내는 빛의 파장은 항상 특정한 파장보다 작아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아무리 밝기를 높여 주어도, 즉 같은 파장의 빛을 아무리 많이 비춰주어도 전자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는 조도 문제다.
빛이 파장이기 때문에 연속적인 에너지의 흐름이라면 전자가 에너지를 모아서 튀어나올 때 전극 표면에 비추는 빛의 세기가 강할수록, 즉 많은 빛을 비출수록 튀어나오는 전자의 에너지가 커야 한다. 그런데 튀어나오는 전자의 에너지는 사용한 빛의 양이 아니라 빛의 파장에만 영향을 받았다. 많은 빛을 비추면 튀어나오는 전자의 수가 많아질 뿐 전자 한 개의 에너지는 이상하게도 항상 일정했다.
마지막으로 반응시간 문제다.
빛이 연속적인 흐름이라면 빛의 세기가 약한 경우 전자가 필요한 에너지를 흡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즉 빛을 비추기 시작해서 전자가 튀어나올 때까지 반응시간이 길어져야 한다. 그러나 특정 파장보다 짧은 빛을 비추면 아무리 빛을 약하게 해도 전자는 빛을 비추자마자 튀어나왔다. 빛이 약해지면 튀어나오는 전자의 개수가 감소할 뿐 반응시간이 지연되지 않았다.
이 세 가지 의문점은 빛이 파동이라고 단정 지으면 풀 수 없는 문제였는데 1905년 아인슈타인이 빛이 입자라고 가정하면서도 파장이라는 것을 모순되지 않게 설명한 것이다.
<발상의 전환>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전자는 빛을 이루고 있는 에너지 덩어리, 즉 광자(또는 광양자(光量子)로 질량 없이 에너지를 가짐))와 충돌해서 광자 한 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흡수한다. 전자와 광자가 부딪치자마자 전자가 광자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반응시간은 0이다. 이때 조도를 높이는 것은 광자의 양이 많아지는 것일 뿐이므로 전자 한 개의 에너지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튀어나오는 전자의 수가 증가한다. 빛을 받을 때 떨어져 나온 전자가 갖는 에너지는 전자가 광자로부터 받은 에너지에서 전자를 떼어내는 데 들었던 에너지를 뺀 값으로 일정하다.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갖고 있음에도 파장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이중성의 문제도 아인슈타인은 간단하게 해결했다. 즉 전자는 광자 한 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만 흡수하므로 전자가 튀어나오려면 광자의 에너지가 전자와 금속이 결합하는 에너지보다 크기만 하면 된다. 그러므로 사용하는 빛의 파장이 특정한 값보다 짧을 때, 즉 광자의 에너지가 특정 값 이상일 때만 광전효과를 관찰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파장과 같은 성질을 보인다는 것이다.
금속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은 다른 원자들과 마찬가지로 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의 전자는 핵 주변에서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전자들 중 일부는 어느 특정한 핵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이러한 전자들을 자유전자라고 부른다. 자유전자들은 금속 내부에서 쉽게 움직이기 때문에 열에너지의 전달, 전류의 흐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속들이 전기와 열을 잘 통하는 것도 자유전자 때문이다. 자유전자들에게 충분한 에너지를 주면 금속 밖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 전자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방법 중 한 가지는 가열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빛을 쪼이는 것이다.
전자가 금속에서 튀어나가려면 금속과 전자 사이의 결합을 끊기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를 일함수 φ라고 부른다. 빛을 쪼일 때 전자는 그 빛을 흡수해서 에너지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 에너지가 일함수 φ이하면 전자는 에너지를 흡수했다 방출해버리지만, 일함수 φ를 넘을 만큼 충분히 크면 전자는 금속에서 튀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즉 전자에 충돌한 광자는 에너지 전부를 전자에 주고 광자 자체는 소멸한다. 그리고 전자는 자신이 갖고 있던 에너지에 추가로 광자가 가진 에너지를 합한 량에서 튀어나올 때 필요한 일함수 φ를 빼고 금속으로부터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당에 있는 친구가 2층에 있는 다른 친구에게 공을 던져 올리는 상황과 같다. 공을 2층에 있는 친구에게 던져 주려면 마당에 있는 친구가 공을 던질 때 공이 2층보다 더 높이 올라갈 만큼 충분히 세게 던져야 한다. 마당에 있는 친구가 약하게 올려서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아무리 여러 번 올려도 그 공은 2층에 올라갈 수 없다. 이처럼 당연한 생각을 빛에 대해 적용한 것이 광전효과다.
이런 바탕에서 아인슈타인은 그때까지는 수수께끼였던 광전효과를 지배하는 정량적 수식을 간단하게 유도하고, 그 수식에 플랑크가 제시한 플랑크 상수가 필연적으로 들어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것이 바로 한 개의 광자가 갖는 에너지(E)는 플랑크 상수(h)와 빛의 진동수(ν)의 곱, 즉 E=hν라는 간단한 공식이다.
이제는 빛이 이중성을 갖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빛과 같이 중요한 것이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라는 것을 20세기 초의 학자들이 수긍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인슈타인이 지적한 광자설의 중요성을 깨달은 물리학자들이 그의 이론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증명해야 하는 아인슈타인의 가설>
1906년에 밀리컨은 광전효과에 요구되는 정확한 실험을 수행하여 아인슈타인의 예언대로 빛이 정말로 광자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극히 작은 수준에서 빛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기도 하며, 이것은 모든 전자기 복사의 형태에 적용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그는 이 연구로 192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특히 하전량 e의 정밀한 값을 측정했는데 그것은 오늘날 알려져 있는 e에 비해 불과 1%밖에 틀리지 않는 것이다. e는 광속 c나 플랑크상수 h와 견주어지는 중요한 물리상수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한 사람은 밀리컨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콤프턴(Arthur Holly Compton)은 1922년에 ‘콤프턴 효과’를 통해 빛이 입자(물질)의 성질을 분명히 갖고 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확증했다. 사실 광자가 입자성을 갖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갖는다고 정의되었으므로 운동량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질량이 없으므로 일반적인 운동량인 질량에 속도를 곱할 수 없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것은 에너지를 광자(빛)의 속력으로 나눈 것 또는 플랑크상수를 광자의 파장으로 난눈 것을 광자의 운동량으로 정의했다. 바로 그것에 콤프턴이 도전한 것이다.
콤프턴은 X선을 니켈에 쪼였을 때, 반사되어 나오는 X선의 파장이 반사각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당시 이 실험 결과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그는 빛을 입자라고 가정하고 빛 입자가 금속 속에서 전자와 완전 탄성 충돌하는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것은 당구를 쳐 본 사람은 누구나 목격하는 현상이다. 당구공이 다른 공과 부딪친 후에는 속도가 줄어드는데 속도의 감소율은 튀겨 나가는 공의 각도에 따라 다르다. 정면 충돌하는 경우에는 때린 공의 에너지가 모두 앞의 공에 전달되어 자신은 그 자리에 서고 앞의 공은 때린 공의 속도로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공이 비켜 맞을 경우 공의 에너지 일부가 앞의 공에 전달되어 공의 속도는 줄어들면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런 원리에 의해 콤프턴은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X선의 파장이 다른 것은 X선과 니켈 속에 있는 전자의 충돌이 당구공의 충돌처럼 입자 사이의 완전 탄성충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운동량보존의 법칙과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이용해서 반사하는 각도에 따라 다른 파장의 빛이 측정되는 것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독일의 보테와 가이거는 콤프턴의 산란이 X선이 일단 흡수됐다가 다시 방출되는 2단계 과정이 아니라 X선의 산란과 그에 따른 되튐전자의 방출이 동시에 일어남을 실험으로 보여 콤프턴의 이론을 확증했다.
콤프턴의 실험은 하나의 광자가 하나의 전자와 충돌한 결과를 측정한 것으로 원자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연구 결과는 에너지를 담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그릇, 즉 광자, 전자, 중성자, 양성자의 성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의 실험은 전자에 의해 산란된 하나의 광자를 대상으로 하였지만 그 후 전자 대 전자의 산란 실험을 통하여 전자 현미경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윌슨과 함께 192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한편 인도의 라만(Sir Chandrasekhara Venkata Raman)은 X선뿐만 아니라 가시광선을 사용하더라도 빛의 입자성을 관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여 여러 가지 물질에 진동수 ν0 인 단색광을 쬐어 보았다. 그러자 라만이 예상했던 대로 산란광 속에는 진동수가 입사광선의 그것과는 다른 성분이 섞여 있었다. 이것은 가시광선이 입자로서 행동하며, 물질의 전자와 에너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으로 콤프턴 효과와 함께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다. 1930년에 라만도 ‘라만 효과의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제 광전효과는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프랑스의 드브로이(Louis-Victor Pierre Raymond, Prince de Broglie)의 이론을 끌어낸다. 그는 맏형(M. 드브로이)이 죽은 후 브로이 가문의 공작(公爵)이 된 귀족인데 제1차 세계대전에 무선통신대에 배속되었던 것을 계기로 전자기파에 관심을 두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기초로 하는 획기적인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한다.
그 논문에서 드브로이는 보어의 전자궤도 이론에 따라 궤도 위를 도는 전자는 모두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물질파설을 전개하였다. 이미 학계에서 인정된 빛에 대한 이중성을 그대로 받아 들여서 물질입자, 특히 전자에도 반드시 파동이 부수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에 의하면 파동이 입자일 뿐만 아니라 입자 역시 파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자와 그것에 관련되는 파동도 간단한 수량적 관계로써 나타낼 수 있다는 뉴턴식의 관계식도 유도했다.
금속이나 그 밖의 물질의 결정 안에는 원자가 규칙적이고 입체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특히 원자와 원자의 간격은 대체로 1억 분의 1센티미터다. 원자의 결정체에 파장이 1억 분의 1센티미터 정도인 X선에 비춘다면 결정 안의 각 원자는 작은 반사체가 되어 조사(照査) X선을 반사한다. 그렇다면 가까이 있는 반사 X선끼리 서로 충돌하여 간섭 현상을 일으킨다. 물결파나 음파가 생길 때와 같이 어떤 방향에서는 진폭이 서로 증폭되어 밝아지고 다른 방향에서는 진폭이 감소되어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은 현대 물리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이론만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즉 그의 이론은 빛이 입자냐 파동이냐라는 당시까지의 논쟁의 차원을 넘어서 모든 물질의 미소 단위의 행동은 모두가 2중성을 갖고 있다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드브로이 전까지 모든 학자들은 물질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만 생각했지만 원자 단계를 볼 때 그것이 파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상상하지 못했다.
드브로이는 거시세계에서 물질파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했다. 운동량이 크면 클수록 그것에 상관하는 파장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즉 입자의 질량이나 운동량이 많아지면 파장이 짧아져 드러나지 않는다. 그의 이론에 의해 전자현미경의 개발될 수 있으며 그 후 물질의 결정구조를 조사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그의 논문이 워낙 독창적이므로 그의 가설이 과연 물리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이 의문을 보였다. 심지어는 그의 이론을 코미디라고 비하하는 학자도 있었다. 이것을 1920년대의 학자들이 선뜻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드브로이의 물질파 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사람은 데이비슨(Clinton Joseph Davisson)과 저머(Lester Hallbert Germer)다. 그들은 니켈 결정의 표면에 전자를 입사시켜 반사되어 나오는 전자의 세기가 각도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조사해서 54볼트의 전압으로 가속된 전자는 반사각이 50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데이비슨과 저머는 그 이유를 니켈을 열처리하는 동안에 니켈 결정을 이루는 원자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배열되었고 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원자에 의해 산란된 전자가 간섭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현상은 전자도 X선과 똑같이 간섭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했다. 데이비슨은 1937년 이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는 드브로이의 파동을 표현하는 수학적 개념을 재해석하여 파동방정식을 제시했다.
그는 전자를 파동으로 생각하면 전자는 더 이상 행성이 태양의 둘레를 도는 것처럼 핵의 둘레를 돌 수 없고 핵의 둘레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파동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어느 한 곳에 전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파동의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궤도 사이에 파동이 있게 되면 그 파장의 수는 자연수가 아니므로 위상차가 생긴다. 그리고 위상차가 생기게 된 궤도는 안정될 수 없다.
여기에 착안하여 그는 하나의 전자와 하나의 양성자를 가지고 있는 가장 간단한 수소 원자를 대상으로, 전자의 질량과 양성자의 질량 그리고 전자의 음전하와 양성자의 양전하을 포함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도출함으로써 드브로이의 이론을 정립했다.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은 양성자 주변의 다양한 위치에 있는 전자를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할 수 있으며 다양한 값의 운동량을 갖고 있는 전자의 확률도 계산할 수 있다. 또한 운동 에너지 전체와 위치 에너지 전체는 물론 이 둘을 합한 총 에너지도 계산할 수 있었다. 파동방정식은 총 에너지가 양성자에 관계하는 전자의 위치에 상관없이 파동에만 관계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편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은 원자 내부 구조를 계산하고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방사성 원소로부터 알파입자가 방출되고 알파입자가 원소의 원자핵을 뚫고 들어가 이 원소를 다른 원소로 변화시키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슈뢰딩거의 방정식은 입자들이 동시에 다른 상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중첩’이란 특이한 조건을 만든다는 점에서 특히 양자컴퓨터가 개발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이후 물리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업적으로 인식된다.
중첩은 주로 푸리에 수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하나의 파동함수(입자를 파동으로 기술한 것)를 어떻게 서로 다른 파동함수들의 총합으로 볼 수 있는 지 보여준다. 즉 하나의 큰 파동이 있으면 그것을 더 작은 파동들의 합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그 파동 속에 들어 있는 어떤 입자는 수많은 위치와 성질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측정 행위가 이루어지는 순간에야 한 가지 가능성이 선택된다.
이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다소 혼돈스럽지만 다양한 색깔의 사탕이 들어 있는 양자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사탕 하나를 꺼내는 순간 나머지 모든 사탕이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을 연상하기 바란다.
한편 슈뢰딩거는 1944년에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생물의 세포에서 가장 핵심적인 성분은 유전자이며, 유전자를 이해해야만 생명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전자는 단백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현재는 유전자가 DNA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그의 책은 이후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어 현재와 같은 유전자학이 태어나는 원동력이 되었다.
슈뢰딩거는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보였는데 그의 남다른 개성은 어려서부터 나타났다. 그는 종교 분위기에 충만한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한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당시에 종교 과목은 매우 중요했다. 모든 학생들이 매주 2일 동안 성경 공부를 해야 했는데 그는 성경을 강의한 선생님들을 모두 찾아가 질문했다. 그는 선생님에게 정말로 선생이 강의한 내용을 믿고 있느냐였다. 그의 질문에 질린 선생들은 그를 불량학생으로 점찍고 교장선생에게 보고했다. 슈뢰딩거가 교장선생과의 대화는 그야말로 전설로 남아있다.
교장 : 들리는 말에 의하면 너는 학교에서 개설한 학과목과 선생님의 수준에 대해 질의를 갖고 심지어는 성경에 대해서도 의심을 표하고 있다는데 사실이냐?
슈뢰딩거 : 저는 선생님의 수준에 대해서 질의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형식으로 가르치는 교육이 가져다주는 효과에 대해 질의한 겁니다.
교장 : 어떤 효과를 말하는 것이냐?
슈뢰딩거 : 종교 신앙과 종교 의식은 우리들이 관심 가져야 할 문제가 아니며 또한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그것보다는 종교 문화와 종교 역사를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기독교도와 신비주의자들을 때로는 존경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종교수업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게 하고 있으며 더우기 학생들은 선택할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강의하는 선생님들은 종교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지 전도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장 : 네 말을 들으니 맹목적으로 불평하는 것이 아니구나. 네가 학교를 위해 의견을 제출한데 감사를 표시하마.
당시 슈뢰딩거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그의 말대로 교장은 종교과목을 개혁했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제시한대로 학교가 변해가자 그는 종교과목을 다시 선택했다. 물론 선생의 강의가 신통치 않으면 예의 질문을 던졌다.
슈뢰딩거는 일생 동안 수많은 여자와 열정적으로 연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에게 연애와 과학적 탐구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도 이에 동감했다.
‘내 삶을 진실되게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자 관계에 대한 언급을 삭제해서는 너무 공허한 요익이 될 것 같아 안 되겠고 여자 관계를 다룰 경우 한갓 추문으로 가득한 요약이 되거나 (중략) 진지한 기록이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슈뢰딩거의 부인은 그의 ‘탈선’ 때문에 속은 상했지만 드러내놓고 불평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슈뢰딩거가 새로운 여자와 사귀는 것을 돕기도 했고 그가 사망하는 순간까지 옆에서 지키며 헌신했다. 그녀의 그런 헌신성이 현대인에게도 적용되는지는 각자가 판단하기 바란다.
'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 > 아인슈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벨상 딱 한 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6) (0) | 2020.10.19 |
---|---|
노벨상 딱 한 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5) (0) | 2020.10.19 |
노벨상 딱 한 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4) (0) | 2020.10.19 |
노벨상 딱 한 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2) (0) | 2020.10.19 |
노벨상 딱 한 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 (0) | 2020.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