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7대불가사의 아르테미스 신전>
아르테미스 신전은 그리스 시대에 가장 큰 신전이었음은 물론 대리석으로 만든 최초의 신전이기도 하다. 높이 18미터의 기둥을 127개를 사용한 길이 120미터, 폭 60미터의 대형 건축물이다. 현대인에게 위압감을 주는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은 길이가 69.50미터, 폭 30.80미터, 높이 10미터 정도로 면적만 볼 때 파르테논 신전보다 거의 4배나 되는 규모이다. 또한 기둥도 127개를 사용하여 파르테논의 58개에 비해 2배가 더 많다.
아르테미스 신전이 얼마나 큰 규모였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신전의 자재는 가장 아름답고 순도 높은 백색 대리석만 사용했으며 중앙의 넓은 홀은 네 방향에서 대리석 계단을 딛고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와 레토의 딸로 아폴론과는 쌍둥이 남매간이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고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다. 순결, 정절의 상징으로 처녀의 수호신인데 처녀의 순결에 상처를 입힌 오리온과 아크타이온이 그녀로부터 죽음의 벌을 받기도 했다. 처녀 사냥꾼으로 산과 들에서 사슴을 쫓는 활의 명수이지만 고대의 지모신(地母神)이라는 설도 있다. 또한 ‘벌의 여신’이라고도 전해지는데 에페소스의 동전 한 면에 아르테미스의 상징으로 여왕별이 부조되기도 했다.
아르테미스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아폴론이 남자들의 갑작스런 죽음을 초래한다고 여겨졌듯이, 아르테미스는 산욕(産褥)을 치루는 여자를 고통 없이 그 자리에서 죽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는 마녀인 헤카테(마술과 주문을 관장하는 여신)와 동일시되거나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여겨졌다.
아르테미스가 다른 신과 다른 점은 여자의 세 단계를 한 몸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아르테미스는 처녀이며, 부인이며, 어머니로 여겨진다. 호머는 아르테미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모든 자연은 이 원초적인 여신에 속해 있다. 대지가 과일과 꽃을 생산해 내는 것은 바로 아르테미스의 명령에 의해서이다. 그녀는 모든 사물과 공기, 대지와 바다를 다스린다. 그녀는 동물들의 생명을 주관하며 야생 동물들을 길들이며 그들의 멸종을 막는다. 또한 그녀는 새 생명의 탄생을 돕는다.’
에페소스인들이 추앙하던 아르테미스는 다른 지역의 아르테미스와는 우선 외형부터 매우 달랐다. 현재 남아 있는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조각상을 보면 그 모습이 매우 이상하고 야릇하다. 기둥 형태의 경직한 모습과 풍요로움을 나타내듯 살이 찌고 가슴에 무수한 유방(일부 학자들은 유방이 아니라 특별한 용도의 장식물이라고 주장한다), 알, 열매, 여신의 제단에 바쳐진 황소의 고환 등으로 생각되는 수많은 돌기들이 강조되어 다소 기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굴은 엄숙한 모습을 하고 있고 하반신은 이집트의 미라를 안치한 관의 뚜껑처럼 생겼다. 그것을 장식하는 짐승들은 수사슴, 황소, 사자, 그리핀, 스핑크스, 사이렌 등인데 아르테미스가 사냥꾼이었기 때문에 주변에는 항상 기묘한 동물들이 따르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이런 신의 모습을 에페소스인들이 오래전부터 숭배한 것은 아르테미스 여신이 자신들에게 부를 제공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에페소스에선 이 여신을 모시기 위해 인신공희(人身供犠)의 풍습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며 침략 세력에 의해 다른 신들이 도입되었을 때에도 끝까지 아르테미스 여신을 신봉했다. 역사적으로 부침이 심했던 소아시아에서 자신들이 신봉하는 신에 대해서 가장 충실하고 또 전폭적인 지지를 보인 것은 에페소스인들이었다.
〈크로이소스의 오만〉
고대 7대불가사의에 들어가는 아르테미스 신전은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가 에페소스를 점령한 후 기원전 550년부터 신축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고 알려져 있던 명성에 걸맞게 그리스 전역에서 유명한 조각가들을 동원하여 가장 크고 아름다운 신전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의 가장 놀라운 명령은 거대한 기둥에 화려한 조각을 새기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착공된 지 무려 120년이나 지나서 완성되는데 이유는 이 거대한 건물의 착공자인 크로이소스 왕이 몰락했기 때문이다.
크로이소스는 고대 국가의 왕으로서 매우 특이한 전설을 갖고 있는 왕이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는 평에다가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는 크로이소스는 인근 지역의 페르시아가 점점 강성해지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페르시아와 협상을 하느냐 전쟁을 해야 하느냐의 기로에서자 신탁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다. 크로이소스에게 그 질문의 해답이야말로 리디아의 운명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신탁소에 의지해야 할까? 당시에 유명한 신탁소는 그리스에 여섯 곳, 이집트에 한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로이소스는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풀기로 결정하고 일곱 신탁소의 능력을 테스트하기로 하였다. 한 신탁소마다 한 명씩 일곱 명의 전령을 선정하여 리디아로에서 동시에 출발시키되 그들의 출발일로부터 정확하게 100일째 되는 날에 똑같은 질문을 신탁소에 하게 하는 것이다. 그 질문은 ‘알리아테스의 아들인 크로이소스 왕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였다. 얼마 후 일곱 명의 전령은 각자 파견되었던 신탁소에서 대답을 들은 후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델피 신전에 갔던 전령은 델피 신전에서는 그가 질문하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고 했다.
‘나는 모래를 셀 수 있고 또 바다를 잴 수 있다.
나는 벙어리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있지만 침묵의 귀를 갖고 있다.
오, 조개가 덮인 거북의 냄새가 느껴진다.
불을 지피고 큰 솥에다가 새끼 양의 살을 넣어 끓여라.
위와 아래가 놋쇠로 된 항아리로….‘
그 말을 듣자마자 크로이소스는 델피 신전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고 그가 오랫동안 생각하던 의문점을 의뢰하기로 했다. 그러기 전에 그는 거북과 새끼 양을 희생물로 삼아 토막을 내 놋쇠로 된 뚜껑을 가진 놋쇠솥에 넣고 끓였다.
그가 델피 신전에 의뢰한 신탁은 ‘페르시아와 리디아가 전쟁을 해야 하는가 혹은 협상을 해야 하는가’였다. 그의 청을 받은 델피 신탁소는 ‘강력한 제국이 파괴될 것이다’라는 신탁을 주었다. 크로이소스는 이 신탁을 듣고 매우 만족하였다. 파괴될 강력한 제국이란 바로 페르시아임을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크로이소스가 공격을 개시하고 몇 주일 후에 신탁에서 예언한 대로 강력한 제국은 파괴되었다. 그러나 크로이소스의 예상과는 달리 파괴된 제국은 고레스왕이 이끄는 페르시아가 아니라 리디아였다. 신탁의 결과로만 볼 때 강력한 제국이 파괴될 것이라는 델피의 신탁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당시 리디아도 페르시아와 견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크로이소스는 약간 오만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당시에 자신이 세계에서 최고 부자이므로 동시에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화자찬을 했다. 이때 리디아의 수도 사르디스를 찾은 사람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세웠다고 알려진 솔론(기원전 630~560)이었다. 크로이소스는 솔론에게 그의 궁전과 보물을 보여주면서 물었다.
크로이소스 : 당신이 이 세계에서 본 사람들 중에서 나만큼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시오.
솔론 : 당신이 부자이고 또 많은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죽음이 올 때까지는 당신이 행복하다 또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부자라도 영광스럽게 죽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향해 겸손하고 자만하지 않는 자만이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여하튼 크로이소스는 신탁의 말을 믿고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이다가 포로가 된다. 크로이소스는 페르시아에서 적장을 사로잡았을 때 벌리는 인신 공희 전통에 따라 14명의 리디아인과 함께 화형대에 묶였다. 불이 그의 몸 쪽으로 옮겨오자 크로이소스는 외쳤다.
‘솔론. 솔론이야 말로 내가 모든 재산을 투입하고서라도 함께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소. 모든 왕들이여. 들으시오.’
그의 말을 듣기 위해 왕은 불을 끄라고 한 후 크로이소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크로이소스는 솔론이 자신에게 한 조언을 말했다. 그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페르시아 왕은 크로이소스를 살려주고 자만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크로이소스에게 왕국을 돌려주지는 않았다. 크로이소스는 자신의 자만심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추락한 것이다.
여하튼 에페소스가 리디아의 통치하에서 가장 부유한 지중해 도시 중 하나로 부상하였지만 페르시아에게 멸망하여 에게해 해안 도시들은 모두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는다.
이후 기원전 334년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의 지배로부터 해방시켰는데 알렉산더가 사망하자 그의 부하인 리시마쿠스가 이 지역의 통치자가 되었다. 그는 그의 아내 아르시노에 2세(Arsinoe II)의 이름을 따서 에페소스 남서쪽 2.5킬로미터 지점에 아르시니아 (Arsineia)라고 부르는 항구와 도시를 건설하고 에페소스에 있던 사람들이 옮기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에페소스 인들이 에페소스를 떠나지 않자 화가 난 리시마쿠스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명령을 내린다. 거친 폭풍이 부는 날 기존에 있던 도시의 모든 하수 시스템을 막아 버린 것이다.
더 이상 에페소스에 머무를 수 없는 주민들이 새 도시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한 것은 새 도시의 이름을 에페수스라고 명명해주었다. 이주한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새로운 에페수스는 지중해에서 가장 중요한 상업 항구 중 하나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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